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나스크 Dec 29. 2022

2023년의 나에게

2022.12.29의 내가

 올해가 이틀밖에 남지 않았네. 어렸을 때는 각종 방송사의 시상식과 가요대전을 챙겨보면서 연말 기분을 톡톡히 느꼈던 것 같은데 집에 TV가 없어지고 나서는 연말 분위기를 느끼기도 쉽지 않네. 망년회로 생긴 술약속들이 너무 많아 술 깨는 약을 달고 살던 일도 이제는 전생인가 싶고. 그래서 그런가. 한해의 마지막이라고, 첫날이라고 이런저런 의미부여로 성가신 일들도 없어진 것 같아 좋기도 하다가 내가 나이를 먹었네 싶으면서 씁쓸하기도 하고 그래.      

 


 그래도 올해는 정말 특별한 한 해였어. 한국으로 돌아왔으니까. 한국을 떠날 때만 해도 10년은 걸리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말하던 ‘마흔’ 전에는 한국에 들어올 수 있게 되었네. 한국에 들어온 지 5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미국에 살았던 날들이 벌써 먼 옛날처럼 느껴져.      

 


 8년 동안 아쉽고 후회되는 일들도 많지만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니까 너무 자책하지 않으려고 해. 과거는 어차피 지나간 걸 아니까 지금을 살아야겠지.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한동안은 마음이 많이 힘들었어. 남편과 내가 한 팀으로 열심히 살았는데 갑자기 남편만 날개옷을 입고 훨훨 날아가버린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어.      



 나에게 남은 건 뭘까 하다 구글포토에서 추천해준 7년 전의 사진을 보게 됐어. 7년 전 나는 생기가 넘치고 젊었더라고. 그때의 기분까지 생생하게 기억이 났어. 그때 사진을 본 김에 예전 사진들을 보며 추억여행을 떠났어. 힘들었던 시간들도 많았지만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나를 보니 기분이 이상해졌어. 많이 보고 왔구나 싶었지. 참 잘했다 싶었지. 그리고 그거면 됐다 싶어 졌네. 좋아하는 걸 많이 하고 왔으니 잘 살고 왔구나.


      

 자신은 없지만 해보고 싶은 일도 생겼고 나중에 후회할 일을 더는 만들고 싶지가 않아. 작심삼일에 벼락치기로 살아온 인생이지만 내년 이맘쯤 쓰는 편지에는 좋은 말을 더 많이 쓰고 싶어. 잘할 수 있을 거란 말은 하지 않을래. 나는 나를 믿을게. 그럼 안녕.               


  -2022년의 내가-

작가의 이전글 진 할머니의 쿠킹 클래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