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이틀밖에 남지 않았네. 어렸을 때는 각종 방송사의 시상식과 가요대전을 챙겨보면서 연말 기분을 톡톡히 느꼈던 것 같은데 집에 TV가 없어지고 나서는 연말 분위기를 느끼기도 쉽지 않네. 망년회로 생긴 술약속들이 너무 많아 술 깨는 약을 달고 살던 일도 이제는 전생인가 싶고. 그래서 그런가. 한해의 마지막이라고, 첫날이라고 이런저런 의미부여로 성가신 일들도 없어진 것 같아 좋기도 하다가 내가 나이를 먹었네 싶으면서 씁쓸하기도 하고 그래.
그래도 올해는 정말 특별한 한 해였어. 한국으로 돌아왔으니까. 한국을 떠날 때만 해도 10년은 걸리겠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말하던 ‘마흔’ 전에는 한국에 들어올 수 있게 되었네. 한국에 들어온 지 5개월 밖에 되지 않았는데 미국에 살았던 날들이 벌써 먼 옛날처럼 느껴져.
8년 동안 아쉽고 후회되는 일들도 많지만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나니까 너무 자책하지 않으려고 해. 과거는 어차피 지나간 걸 아니까 지금을 살아야겠지. 한국에 돌아오고 나서 한동안은 마음이 많이 힘들었어. 남편과 내가 한 팀으로 열심히 살았는데 갑자기 남편만 날개옷을 입고 훨훨 날아가버린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어.
나에게 남은 건 뭘까 하다 구글포토에서 추천해준 7년 전의 사진을 보게 됐어. 7년 전 나는 생기가 넘치고 젊었더라고. 그때의 기분까지 생생하게 기억이 났어. 그때 사진을 본 김에 예전 사진들을 보며 추억여행을 떠났어. 힘들었던 시간들도 많았지만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나를 보니 기분이 이상해졌어. 많이 보고 왔구나 싶었지. 참 잘했다 싶었지. 그리고 그거면 됐다 싶어 졌네. 좋아하는 걸 많이 하고 왔으니 잘 살고 왔구나.
자신은 없지만 해보고 싶은 일도 생겼고 나중에 후회할 일을 더는 만들고 싶지가 않아. 작심삼일에 벼락치기로 살아온 인생이지만 내년 이맘쯤 쓰는 편지에는 좋은 말을 더 많이 쓰고 싶어. 잘할 수 있을 거란 말은 하지 않을래. 나는 나를 믿을게. 그럼 안녕.
-2022년의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