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 특별한 이유
6월이다. 6월이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한 해의 절반이 흘렀다는 알람이기 때문이고, 내가 좋아하는 친구의 생일이 있는 달이기 때문이다.
1년 열두 달. 그 많은 달 중에 나에게 경각심을 주는 달이 여럿 있는데 그중 6월은 일 년의 반기가 지났다는 생각에 식은땀을 흘리게 하는 달이다. 그런 6월 말에 친구의 생일이 있다.
나는 경기남부에 친구는 경기 북부에 산다. 중간 지점은 서울 어드메. 그때그때 끌리는 서울의 어딘가에서 만나곤 하는데 경기도에서 서울 가기란 왕복 2시간을 의미하다 보니 여유로운 만남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아직 어린 초등생의 엄마들인 우리는 아이 등굣길에 나와 하굣길에는 집에 도착해야 하니까 말이다.
주말이면 각자 집안일이며 이런저런 약속들이 있기 때문에 빠듯하더라도 평일 약속이 낫다. 여기저기 돌아다닐 형편이 안되니 주로 백화점이나 대형몰에서 만나 약간의 아이쇼핑과 식사 그리고 커피까지 한 번에 해결한다.
6월에 생일이 있는 친구라 꼭 6월 안에 만나야 했다. 친구는 생일이 대수냐며 그런 이유로 만날 필요는 없다고 하지만 나에겐 여전히 친구의 생일이 중요하다. 태어났기에 만날 수 있었으니까. 고등학교 1학년부터 지금까지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친구의 생일을 지나친 적이 없었다. 20대 까지는 생일 당일에 만나는 가장 친한 친구였던 우리인데 서로 나이를 먹고 멀리 살아 자주 못 보게 되었더라도 친구의 생일은 나에게 중요하다.
멀리 사는 동안 시차 때문에 제 때 생일 축하를 못하게 될까 전전긍긍하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1시간이면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사니까 더욱 만나서 축하를 해주고 싶었다. 생일 그까짓 거 별거 아니라는 듯 말하면서도 이렇게 만나 얼굴 보며 얘기 나누는 동안 친구는 싱글벙글 즐거워 보인다.
생일이면 모이던 친구 여럿 중에 이제는 연락처도 모르는 친구가 있고, 연락처는 있지만 교류가 없는 친구가 생겼다. 어렸을 때 기억만으로 계속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잘 아는 나이이기 때문에 오늘 만난 친구가 더욱 소중하다. 사정이 다르고, 상황이 다르다 보니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웃는 얼굴로 나눌 수 있는 어릴 적 친구가 매우 귀하다. 그래서 6월에는 꼭 만나 생일을 축하해 주고 싶었다.
친구가 원하는 메뉴를 고르고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맥주도 마셨다. 전화로만 나누던 얘기들을 얼굴 보며 얘기하니 훨씬 좋다. 곧 다가올 여름휴가 계획도 나누고 지난 연휴는 어떻게 보냈는지도 얘기했다. 누가 더 말하고 덜 말하고 할 것 없이 각자의 얘기를 충분히 하고 충분히 들어줄 수 있어서 좋았다. 알고 지낸 지 오래된 사이라 서로의 가족 이야기도 자연스레 나오고 마지막엔 당연한 듯 아이들 이야기로 마무리가 된다.
친한 친구와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하고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인 고민부터 아이들에 대한 고민까지 큰 삶의 고개고개를 친구와 함께 넘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종종 만났는데도 불구하고 이야기에 너무 열중한 나머지 사진 한 장 남기는걸 깜박하는 날도 있었는데 오늘은 다행히 사진도 남겼다. 늘어가는 주름에 예전과는 달라진 모습에 서글프기도 하지만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라고 얘기하며 남긴 사진 한 장이 귀하다. 시간이 지나서 보면 그때 사진 찍길 잘했어하겠지.
오전부터 서울 시내 한 복판을 다녀왔더니 몸이 천근만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의 생일을 미리 축하할 수 있어서 즐거웠다. 내년에도 6월에는 너를 만나 직접 축하를 해줘야지. 나에게는 여전히 너의 생일이 대수로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