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바보는 아니더라도

데면데면한 이모와 조카 사이

by 나나스크



정말 오랜만에 언니네와 만나 저녁을 했다. 언니네가 몇 번 와본 적 있다는 돼지고기 집이었다. 고기가 푸짐하고 직원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구워주니 쏙쏙 집어먹기만 해서 더 만족스러웠다.

언니네 식구는 형부와 딸 2. 우리 식구는 나와 남편 그리고 아들 1. 자주는 아니어도 일 년에 두 번 정도는 만나 식사를 하려고 노력한다. 내 아이는 초등학교 3학년. 이모와 이모부를 만난다고 하면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만나서 한 번 헤어질 때 한 번 꼭 안아주고 두 손을 모아 공손히 인사를 한다. 큰 조카는 중학교 1학년이고 작은애는 초등학교5학년이다. 둘 다 한창 사춘기를 헤매고 있는 나이다.

꼭 사춘기가 아니더라도 조카와 내 사이가 데면데면한 데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쌓아야 했을 시간을 멀리 떨어져 서로 사진으로만 안부를 물었기 때문이다. 큰 조카가 아기였을 때만 해도 우린 꽤 사이가 좋았다. 언니가 일이 있으면 내가 대신 아이를 잠깐 봐준 적도 있었고 특히 내 남편을 좋아해서 이모부 이모부 하며 잘 따랐었다. 아마도 그때의 기억은 너무 어렸을 때라 나와 남편을 거의 기억하지 못할 것 같다.

우리 부부가 미국으로 떠나던 해에 조카들은 겨우 다섯 살과 두 살이었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큰애는 초등학교 고학년이었다. 그 간 쌓아온 정이 없으니 데면데면할 수밖에. 갑자기 생긴 이모라는 존재가 아이들에게도 당황스러울 것 같다. 엄마의 하나뿐 인 동생이라는데 엄마랑은 너무 다른 성격과 생김새에 말투는 톡톡 쏘고 괴팍한 면도 있으니.

딸이 없는 나는 조카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기 매우 어렵다. 같은 여자여도 새침데기와 거리가 먼 내 성격 때문인지 조카들 마음속에 쏙 드는 이모 행세를 하기가 쉽지 않다. 그저 오랜만에 만났을 때 인사 먼저해주고 공부얘기는 가능한 묻지 않고 음식 먼저 먹게 해 주는 게 다 일뿐.


조카바보 타이틀까지 바라지는 않지만 어색한 조카들과의 사이가 썩 반갑지도 않다. 한창 사춘기를 지날 나이니까 지금은 무슨 행동을 해도 시기상조일 것 같고 나중에 아이들이 좀 더 크면 이모가 있어서 다행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 볼 수 있을까? 나와의 사이가 어색한 만큼 조카들과 내 아이의 사이 역시 만만치 않게 서먹하다. 아이는 누나들과 친해지고 싶지만 좀처럼 곁을 주지 않는 누나들에게 뻘쭘한 인사를 먼저 건넬 뿐이다.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있지만 결국에는 시간이 필요한 일이 아닐까. 자그마치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떨어져 있었는데 이제 고작 함께 시간을 보낸 지 3년도 되지 않았다. 그 긴 시간 동안 언니와도 거의 생사를 확인할 뿐 다른 자매들과 같은 꽁냥 거림은 없었던 우리였으니까. 조카들 보다도 언니와 좀 더 시간을 많이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퍼뜩 든다. 다음 만남에서는 어색함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길 바라는 "이모"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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