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없이 애엄마들 여행 가기
일요일 저녁 6시. 주말의 마무리가 한창일 시간에 약속이 생겼다. '여행계획 짜기'가 이번 만남의 목적이다.
우리 어디 한번 놀러 가자는 이야기는 종종 나왔었지만 진지하게 계획을 짜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때는 바야흐로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기 좋은 초여름. 누군가 '을왕리'를 외쳤더니 그럴 바엔 '동해'가 되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부산행 기차표 예약이 끝나있다.
비슷한 나잇대에 아이들 나이는 조금씩 다르지만 애 엄마인 우리들. 이번 여름 처음으로 각자 아이들과 남편을 뒤로하고 첫 여행을 떠난다! 얼마나 기다려왔던 순간인지! 날짜는 정해졌고, 기차표와 숙소 예약까지 마무리되었다. 시간이 정해졌으니 여행날이 올 일만 남았다. 해서 오늘 저녁 부산여행을 계획하기 위해 동네호프집에 모였다. 예전에는 숱하게 다녔던 집 앞 맥주집을 방문한 게 얼마만인지. 여행계획을 짜려고 모이는 게 얼마만인지.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나 설렐 일인가!
부산에 도착한 날 점심부터 저녁 그리고 다음날 점심까지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일정이다. 이곳저곳 관광을 하기엔 여유가 없으니 서로 정말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아니면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기로 했다. 나는 가고 싶었던 돼지국밥집을, 친구 1은 꼼장어, 친구 2는 바나나보트 타기, 마지막 친구는 광안리에서 저녁식사를 말했다.
일정 짜기는 생각보다 술술 흘러갔다. 부산에서 꼭 좋은 곳을 가고 맛집을 가야 한다는 압박 따위는 없다. 애엄마들 넷이서 처음으로 챙겨야 할 남편과 아이들 없이 떠나는 여행이기 때문이다. 여행이 시작되는 순간 결혼 전 혹은 애 낳기 전으로 돌아가 혈혈단신으로 여행을 했던 그 자유로움은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난다.
오해할 필요도 꼬아들을 필요도 없다. 가족들과의 시간도 당연히 즐겁고 행복하다. 그렇지만 우리는 누구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다. 아이가 태어난 후부터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이 여행이 더 특별하게 느껴질 뿐 혹시라도 누군가의 오해를 사고 싶지는 않다.
자세한 일정 따위는 없다. 대충 동선을 짜고 세부사항은 남은 시간 동안 더 추가하면 된다. 엉성하지만 일정이 세워지자 곧바로 일상 이야기로 수다가 이어진다. 동네친구만큼 내 일상을 공유하기 좋은 대상도 없다. 이런저런 모임과 만남을 통해 각자 사람들을 대하는데 잔뼈가 제법 굵은 우리는 서로 괜히 얼굴 붉힐 얘기는 굳이 하지 않는다. 친하지만 선을 지키는 관계. 이번 여행을 무사히 다녀와 더 진득한 사이가 되기를 바라는 내 바람이 큰 욕심이 아니기를 기대해 본다. 6월이 끝나기도 전에 7월이 몹시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