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세제 추천 바랍니다
여러 집안일들 중에서도 좋아하는 일이 있고 싫어하는 일이 있다. 나는 빨래 돌리기를 좋아한다. 입었던 옷들, 사용한 수건, 새이 진한 옷, 하얀색 옷, 양말과 속옷등을 분류해 따로따로 세탁하는 즐거움이 있다. 하지만 빨래를 개는 것은 싫다. 개는 것보다 더 싫은 것은 다 개어진 빨래를 제 자리 찾아 놓는 것이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싫은 집안일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설거지다. 빨래는 많아도 하루에 한 번이면 족하다. 건조기가 없기 때문에 빨래 건조대가 허락하는 만큼만 빨래를 돌릴 수 있다. 하루 한번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집안일. 그렇지만 설거지는 어떤가. 아침, 점심, 저녁 삼시 세 끼를 챙겨 먹는 다면 기본적으로 설거지의 횟수는 하루 3회다. 먹고 남은 접시만 정리하면 될까? 천만의 말씀. 식사를 차리는 데 사용되는 각종 냄비와 팬 식기들까지 생각하면 그 양이 어마어마하다.
수납공간이 넓지 않은 지금 환경에서는 많은 양의 설거지를 테트리스하듯 차곡차곡 잘 정리해서 건조하는 것도 스트레스다. 식기가 많은 것도 아니라 어떤 때는 다 마르지 않은 그릇과 식기를 사용해야 할 때도 있다. 완벽히 건조되지 않은 그릇에 다시 음식을 담는 일이 나는 몹시 못마땅하지만 식사 때마다 다른 그릇들을 쓸 수 있을 만큼 구비하고 보관할 수 있는 여력이 안되니 어쩔 수가 없다.
설거지를 하기도 전에 건조대에 널려있는 여러 물건들을 제자리에 정리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그 와중에 남편이 멋대로 정리해 둔 접시를 발견하면 3초간 참기 의식 같은 것은 이미 안드로메다로 떠나고 입에서 거친 말들로 따발총이 연사 된다. 그릇 정리에서부터 마음이 상했는데 이번에는 설거지하는 동안 슬슬 짜증이 오른다.
특히 기름진 음식을 요리했을 때 추가되는 애벌설거지가 정말 귀찮다. 기름이 흥건한 팬과 접시에 바로 수세미를 가져가는 건 오늘 하루 종일 기름때와 씨름을 하겠다는 의미다. 키친타월 쓰든 화상 당할 정도의 뜨거운 물에 기름기를 씻어내든 설거지도 하기 전에 전처리를 하느라 에너지가 고갈된다.
거기에 한 술 더 떠 보글보글 거품이 잘 나지 않는 주방세제는 나를 정말 미치게 한다. 꼭 거품이 많이 나야 깨끗하게 씻기는 건 아니라고 하지만 나에게 깨끗한 설거지의 의미는 푼성한 거품과 물로 헹구고 나서 만져지는 뽀드득함이다. 그래서 매번 주방세제를 고를 때 나는 무척 걱정이 많다. 많은 경우에 주방세제를 1+1으로 판매를 하기 때문에 잘못된 세제를 선택했을 때 고통받는 기간이 매우 길어진다.
한 가지를 거품이 잘 나는 세제를 오래 쓰면 될 법도 한데 이상하게 한 가지 세제를 오래 쓰면 세제를 다 써갈 때쯤 거품이 잘 나지 않는 것 같고 깨끗이 안 닦이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자주 가는 맘카페와 네이버 블로그 등등에 주방세제 추천을 키워드로 꼼꼼한 검색을 한다. 이번 세제도 분명 그렇게 내 나름의 검증에 검증을 더해 구입했는데 세상에나 웬걸! 이전에 쓰던 세제보다 훨씬 더 거품이 나지 않는다.
거품이 풍성하지 않은 수세미를 이리저리 문질러 본다. 눈에 띄는 오염이 남는다거나 하진 않지만 괜히 찝찝하다. 수세미를 뜨거운 물에 헹궈 다시 한번 세제를 묻힌다. 어디에선가 개인이 1년에 먹는 잔여세제량이 소주 12잔만큼의 양이라는 뉴스를 보고 나서 세제 사용을 줄이려고 계속 노력해 왔다. 하지만 거품이 없는 수세미로의 설거지에 대한 두려움이 12잔의 잔여세제보다도 거북하다. 그래서 다시 한번 더 세제를 펌핑한다.
이것을 어째야 할까. 이번 세제는 무려 2+1이었는걸. 이 많은 세제를 언제 다 쓰려나. 거품이 잘 안 나서 사람들이 팍팍 쓰니 여러 개를 한 번에 파는 걸까? 세제가 문제가 아니라 수세미에 문제가 있는 걸까? 왠지 설거지가 깨끗하게 되고 있지 않다는 생각 때문에 애벌설거지릉 하랴, 키친 타올로 기름을 제거하랴, 뜨거운 물로 소독하랴 설거지 시간은 점점 늘어난다. 분명 따듯했던 수준의 물도 한여름이 된 지금은 목욕탕에 들어온 것처럼 뜨겁기만 하다.
고작 주방세제 하나 일 뿐인데 마음에 들지 않는 소비로 인해 나 자신의 능력을 의심하는 부작용도 추가된다. 사실이 아닌 과장광고에 홀라당 넘어가 버리는 사람이었나 싶었다가 너무 많은 구매후기를 읽다가 진절머리가 나 저지른 선택에 나는 골라도 이런 걸 고르냐 한다. 오늘도 3번 이상의 설거지를 하면서 최소한의 세제를 쓰고 싶은 나와 풍성한 거품으로 설거지를 하고 싶은 나를 만났다. 설거지는 풍성한 거품으로 하는 게 맛인데 그 맛을 과연 언제 느낄 수 있을는지. 주방세제 구매후기를 언제까지 보고 또 봐야 하는지 생각만으로도 고단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