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의 시작을 알리며

축축한 계절이여 안녕

by 나나스크

열대야인가 보다. 벌써부터 밤의 열기가 버겁다. 내일 혹시 비 소식이 있나 일기예보 앱을 확인한다. 저녁즈음에 비가 올 것 같기도 하다. 고질병인 무릎과 종이리 근육이 쿡쿡 쑤시는 게 비가 와야 할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이 축축한 습기는 도대체 뭐란 말일까?


뜨거운 태양이나 한낮의 더위는 오히려 참을 만하다. 여름이 괜히 여름인가. 이글거리는 태양이 내뿜는 열기는 오히려 몸이 소독되는 기분도 들고 어찌 보면 타버릴 듯한 뙤약볕에 아래에서 등줄기로 흐르는 땀방울에 어떤 흥분도 느껴지곤 한다.


문제는 이 무겁고 지독한 습기다. 제습기를 돌려도 바싹 마르지 않는 빨래들. 침대에 누워 한 자세로 오래 있으면 느껴지는 불쾌감. 그래서 뒤척이느라 깊은 잠을 자지 못해 다음날까지 이어지는 찌뿌둥함까지. 한 여름의 습도는 한 가지도 좋은 점이 없어 보인다.


아무리 물광 메이크업이 대세라지만 한 여름의 습도는 진하지도 않은 내 최소한의 화장마저 무너뜨려버린다. 꼼꼼히 챙겨 바른 선크림도 땀과 습기에 제 기능을 못하는 건지 여름만 되면 까만 피부가 더 까매지는 걸 피할 재간이 없다. 여러 번 덧발라야 의미가 있다지만 땀과 피지로 얼룩진 얼굴 위에 다시 선크림을 올릴 용기는 없다.


해가 화창하거나 비가 오기로 예정되어 있거나 상관없이 습식 사우나 안에 들어있는 것 같은 후텁지근함은 피할 수 없다. 굳이 귀찮은데 옷을 벗지 않아도 사우나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생각하며 긍정적인 나 자신을 뽐내본다. 가을 겨울 내 벌어지고 갈라진 손가락 끝과 발뒤꿈치에 아파하며 핸드크림 발크림을 부지런히 바르는 수고는 덜었다. 역시나 나쁘기만 한 것도 좋기만 한 것도 없구나.


밤새 에어컨을 풀가동 해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작년 추석을 떠올려보면 지금까지의 더위는 귀여운 아이장난에 불과하다는 생각으로 마무리된다. 오늘이 그나마 보송한 하루일 수 있겠다. 모두가 이 축축하고 무거운 습기로 꽉 찬 여름을 부디 무사히 마무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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