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선 작가의 엄마에게
아이가 다니는 논술수업의 숙제 알림이 왔다.
'엄마에게 책 읽어오기'
일하는 중이라 아이와 함께 있을 남편에게 연락을 했다.
"로하 엄마에게 라는 책을 읽어가야 한대."
9시가 되기 조금 전 집에 도착했다. 아이는 잘 준비를 하고 있는 중이다. 내일 학교 갈 가방 챙기기, 이빨 닦기, 자기 전 마지막 화장실 등등 아이 밤 잠 잘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그러다 문득 논술 수업 숙제를 챙겼는지 여부를 물었다. 목요일이면 일주일의 피로가 어느 정도 쌓여 몸이 고단하다. 침대에 누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아이가 하던 일을 멈추고 다가오는데 표정이 좋지 않다.
"왜? 책을 못 읽었어?"
"아니요. 엄마. 읽었어요. 그런데 너무 슬퍼서..."
아이는 말을 잇지 못하고 나에게 안긴다. 엄마에게라는 책이 슬픈 내용이었나 보다.
"무슨 내용인데 그래?"
"책에서 전쟁이 났어요. 그래서 엄마랑 헤어지고 아빠랑만 남았는데 아빠가 돌아가실 때까지 엄마를 못 만났어요."
세상에나. 그런 내용이었다니. 남자아이 치고 감성적인 면이 없진 않다 생각한 우리 아이. 흐느낌은 곧 오열에 가까운 통곡으로 변한다.
" 괜찮아. 괜찮아. 엄마 여기 있어."
한참을 달래주고 자기 전에 울면 코가 막혀서 잠 자기 힘들다며 사뭇 T스러운 이유를 대며 아이를 다독인다.
논술 수업을 마친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엄마, 예전에 제가 샀던 여러 가지 맛 사탕 있죠?"
"응, 그거 아직 있어."
"그거 엄마 드세요. 지금까지 엄마가 저한테 양보를 너무 많이 해주신 것 같아요."
"아니야, 엄마는 괜찮아."
책 속의 엄마처럼 내가 사라질 거라는 생각이 드는 건지 아이는 계속 내 걱정을 하는 말을 한다. 그동안 내게 받은 사랑을 양보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이의 마음이 이해가 가서 엄마가 맛있게 먹겠다는 말로 마무리를 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직 '엄마에게' 책 수업이 다 끝난 것 같지 않다.
"엄마, 책 수업이 다 끝나면 그 책을 찢어도 돼요?"
아이고, 결국 책을 찢겠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한 술 더 떠서 '아빠에게'라는 책이 나오면 절대 절대 거들떠도 안 볼 거라는 말까지.
잠자리에 든 아이가 두고 간 책이 덩그러니 내 침대 자리에 올라있다. 책을 열어 읽어본다. 그렇구나. 그런 내용이었구나.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진 6.25 전쟁으로 헤어진 이산가족 이야기였다. 엄마,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동생들은 북한에. 아빠와 단 둘이 남한에 남게 되면서 아버지가 돌아가 실 때까지 결국 엄마를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고 한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직전에야 겨우 이산가족 상봉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게 되었지만 그동안 서로를 그리워하며 살았을 날들에 비하면 그 짧은 시간으로 그 비통했던 마음이 풀어질 수 있을까.
책을 읽고 나니 내 마음도 아린다. 귀여운 그림체의 책을 영문도 모르고 읽기 시작했다가 엄마를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주인공에 감정이입을 했을 아이가 생각난다. 정말로 엄마를 다시 못 보게 될까 봐 염려하며 사탕을 먹으라는 말을 하기까지 아이의 마음이 어땠을지 생각하니 대견한 마음과 짠한 마음이 인다.
괜찮아 괜찮아. 걱정 말아. 엄마는 절대 어디 가지 않고 네 옆에 꼭 붙어있을 테니까. 우리는 절대로 헤어지지 않을 거야. 그러니 오늘 밤은 푹 자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