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져나가는 장바구니

세일을 기다리며

by 나나스크




6월이 왔다는 걸 느끼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여러 브랜드들의 세일 알림이다. 6월을 기점으로 각종 웹사이트와 브랜드들에서 대대적인 세일이 들어간다. 왜 이런 일들은 썰물 들어오듯이 한 번에 밀려들어오는지 이미 통장의 잔고는 밑바닥인데 눈치 없는 장바구니들은 가득 차 있다.


내가 좋아하는 유럽 브랜드 중 하나인 '자*'. 난해하지만 특유의 자유로움 (남편에게는 거지 같음)이 딱 내 스타일이다. 매년 딱 2번의 세일이 진행되는데 이제 곧 그 세일이 시작된다. 그렇게 기다렸음에도 꼭 시간이 임박해서는 급하지도 않은 일에 정신이 팔려 5분, 10분 뒷북을 치며 접속을 하게 된다. 그렇게 접속을 했다가는 꽉 들어차있던 장바구니는 품절 테두리를 둘르고 홀쭉해져 있다.


차마 내 손으로 삭제 버튼을 누를 수 없을 때 다른 사람들과 하늘에게 운을 맡겨보자고 택하는 방법이기도 하지만, 정말 사고 싶은 아이템이 있다면 미리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세일 시작 10분 전 부터 새로고침을 누르며 차분히 기다려야 한다.

지난겨울 자라매장에 들러 내 눈에 띈 레오파드 무늬의 트레이닝팬츠가 있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패턴인 레오파드. 은은한 하늘색에 내가 좋아하는 핏까지 완벽하다. 고민할 틈도 없이 손에는 이미 그 아이가 들려있고 피팅룸까지 홀린 듯 들어가 사이즈를 확인했다. 분명 철저한 준비가 되어있었는데 결국 또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세일 시작 10분 뒤. 뒤늦게 앱을 켜고 접속해 보았지만 바지가 품절이었다.

"아... 안돼!!!!!"

다음 날 출근 전에 급하게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강남을 향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할 틈도 없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급하게 재고 파악을 하고 오로지 그 바지와 티셔츠를 사기 위해 서울로 출발했다. 그렇게 산 옷을 누군가 예쁘다, 잘 어울린다 해주면 출근 전 서울까지 다녀온 나의 수고와 예쁜 옷을 알아봐 준 상대방의 안목까지 모든 게 만족스럽다.

이번 여름 세일 품목은 친구들과 놀러 가는 부산에서 입을 옷이다. 10년 만에 아이 없이 친구들과 떠나는 부산 여행에서 이쁜 옷을 입고 신나게 놀고 싶은 마음으로 이것저것 장바구니에 담다 보니 어느새 장바구니에 넣을 수 있는 최대 개수를 사뿐히 초과해 버렸다. 당연히 이 많은 옷을 다 살 수 없으니 신중에 신중을 기해 최소한만을 남겨야 한다. 사지 않으면 안 되는 옷. 내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옷. 유행을 타더라도 입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옷을 찾아야 한다.

제 값을 주고는 못 사기 때문에 세일기간을 노리는 하이에나가 되어 심장 쫄깃하게 클릭을 할 생각에 도파민이 돈다. 아니라고 해도 푼돈이라도 써야 맛이고 옷은 새 옷이 제일 예쁘다. 조신하게 장바구니를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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