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신 유행을 먹어드려요
일전에 미국에 살 때 한국 최신유행에 굉장히 빠삭했다. 술집부터 뜨는 음식들, 편의점 음식들, 디저트까지 모든 유행을 다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미국에 살기 전 까지는 먹방이라는 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내가 사 먹으면 되는걸 굳이 왜 남이 먹는 걸 봐야 하지 싶었다.
미국에 사는 동안 딱 2번 한국에 들어갔다. 아이가 있었기 때문에 꽤나 긴 일정이었지만 역시 아이가 있었기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모든 걸 다 할 수는 없었다. 친구들을 만나면 먹고 싶은 음식과 가고 싶은 음식점들을 알려준다. 한국에 사는 친구들은 내가 알아온 맛집과 음식들을 보며 한국 사는 자기들보다 많이 안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매일 같이 친구들을 만나고 외식을 한건 아니기 때문에 찾아간 모든 리스트들을 섭렵할 순 없었다. 신중하게 고르고 또 골라야 했다.
그리고 한국으로 영구귀국한 지 3년이 다되어가는 지금. 나는 더 이상 유튜브로 먹방을 찾아보지도 않고 한국에서 가장 유행인 음식이 뭔지도 잘 모른다. 사실 관심 자체가 많이 사라졌다고 할까? 언젠가는 먹을 텐데. 유행 금방 끝날 텐데. 유명하다는 건 줄을 서서 시간을 써야 한다는 말이고 구하기 어렵다는 걸 말한다. 허니버터칩 이후로 유행하는 음식에 대한 문화가 참 요상하게 자리 잡은 듯하다.
자고 일어나니 인스타 디엠이 와있다. 엘레이에서 만난 친구다. 친구라고 하기에는 나보다 한참 동생이지만 그녀는 나에게 내 친구이다. 대신 먹어드림 디엠이 도착한 것이다. 오랜만이다.
작년 10월에 그녀가 2주 정도 한국에 왔다. 한국에 오기 전 그녀는 나에게 나는 그녀에게 각각 필요한 물건들을 요구했고 그건 우리에게 암묵적인 물물교환 같은 거였다. 나는 주로 미국생활 추억의 물품을 주문하고 그녀는 나에게 최신 유행하는 편의점 음식을 주문했다. 정말이지 내가 공부를 하느라 바쁘긴 했지만 그녀가 주문한 모든 물건들은 내가 처음 보는 것들이었다. 마치 MZ 세대가 된 기분을 느끼며 신나는 마음으로 편의점 쇼핑을 했다.
이번 대신 먹어드림 역시 편의점에서 출시된 하이볼이다. 요즘 우리나라 주류 업계에 아주 다양한 종류의 술이 출시되고 있다. 수제맥주부터 다양한 하이볼 심지어 와인을 이용한 하이볼까지. 그녀가 보내준 영상을 보니 오! 뭔가 그럴싸하다. 한 번쯤은 먹어보고 싶을 만하다. 과외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아이를 픽업하기 전 남은 시간 동안 그녀를 위해 동네 편의점 순회를 떠난다.
첫 번째 편의점에서는 실패. 학원이 밀집한 지역에 있어서인지 하이볼 자체가 아예 없었다. 그렇게 다음 편의점으로 이동한다. 조금 외진 동네의 편의점. 뭔가 복불복이다. 내가 원하는 하이볼이 딱 하나 남아있다. 혹시나 재고가 있는지 물었더니 아니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다른 매장을 검색해 본다. 걸어서 7분 거리. 나쁘지 않다.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역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한 편의점이다.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는 곳이라 역시 불안한 마음이 인다. 냉장고칸으로 가본다. 세상에나. 8개가 나란히 줄을 서 있다. 아까 1개를 구했으니 이번에는 4개만. 그녀 덕분에 친구들에게 하나씩 마셔보라며 건넬 수 있다. 지금 이게 신상이래요. 신세대적 느낌도 내가 낸다.
신이 나서 그녀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일단 구했으니 맛 평가는 곧 해서 올린다. 그녀는 나 대신 엘레이 제일가는 따꼬를 먹어주기로 한다. 이렇게 간간히 주고받는 대신 먹어드림 디엠이 3년 동안 떨어져 있는 우리 사이에 윤활유 역할을 해준다.
친구야, 다음엔 뭘 먹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