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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씨 Oct 16. 2015

고양이가 떠난 지 열흘

무지개다리를 건넌 호양이에게


호양이, 2011년 10월 2개월의 아깽이로 우리집에 왔다가 2015년 10월 5일 세상을 떠나다


4살 난 막내 고양이, 호양이가 갑작스럽게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2011년 가을 일산 모 동네에서 길고양이로 '냥줍'되어 내 곁에 왔다가, 2015년 10월 5일,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열흘 전 세상을 떠났다. 호양이는 죽기 일주일 전부터 밥을 전혀 먹지 않아 병원에서 강제급여 처치를 받고 있었고, 지방간과 황달이 매우 심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수치로 보면 거의 99% 죽을 수준이었지만 모든 '부모'가 그렇듯이 왠지 1%의 기적이 우리 호양이에게는 일어날 것만 같았다. 아직 너무 어렸고 지금껏 잔병치레 한 번 없이 건강하게 자랐기 때문이었다.


일주일간 매일 병원에 가서 호양이를 만났다. 볼 때마다 수척해지고 푸석해진 호양이를 보는 게 고통스러웠고 매일같이 울면서 기도를 했지만 정말로 죽을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다. 아니 사실 이별이 가깝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애써 받아들이지 않았던 게 맞겠다.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통보를 받은 다음날 호양이의 상태는 반짝 좋아졌고 희망이 보였다. 그러나 그 다음날 출근해서 일을 하고 있던 나는 동물병원의 전화를 받았다. 호양이가 입원을 하고 있는 동안 전화벨만 울려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는데, 왠일인지 막상 '그' 전화가 오는 순간 나는 '올 것이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침착하게 전화를 받았다. 일이 급해서 당장 병원에 갈 수는 없었지만 일이 손에 잡힐 리는 없었다. 화장실에 달려가서 눈물을 쏟고, 급한 일만 처리하고 무작정 병원으로 달려갔다.



동물 장례업체는 처음 이용해봤다. 평일 퇴근시간 이후에 유일하게 출동 가능한 업체를 찾아서 호양이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고, 조그만 유골 단지로 남은 호양이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미 밤 12시가 다 된 그 때 돌아오는 길에는 컴컴한 밤하늘에 유독 혼자 빛나는 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탄 차를 그 별이 계속 따라오고 있었다. 아주 당연하게도 저 별이 호양이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직은 하늘나라에 가기 싫어서 우리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거라고 생각하고 별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계속 눈으로 좇았다.


그 뒤로 나는 지금껏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종류의 슬픔에 빠져 지냈다. 사실 개인적으로 나름 슬픔에는 '일가견'이 있을 만큼 눈물 좀 쏟아 본 편인데, 이건 실연을 당했거나 시험에서 낙방한 것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깊은 슬픔과 고통이었다. 소중한 이를 잃은 이들이 흔히 말하는 '가슴이 찢어진다'는 표현을 생생하게 공감할 수 있었다. 나름 메마른 편이라고 자부하던 나였기에, 이렇게까지 끊임없이 눈물이 나다니, 스스로에게 놀랄 정도였다.


호양이의 유골은 지금도 우리 집(내 자취방)에 있다. 조금 신기한(?) 이야기를 하자면, 처음 호양이 유골함을 집에 뒀을 때는 꼭 누군가가 함께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게 한 3일 정도 됐던 듯하다. 그 3일간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도 울고, 출근하면서도 울고, 일하다가도 울고, 밥도 제대로 못 먹고, 사람들과 헤어져 혼자가 되면 또 눈물이 나고, 자기 전에도 울었다. 슬퍼서 우는 게 아니라 너무 눈물이 나서 괴로울 지경이었다. 일부러 웃기고 재밌는 걸 찾아봐도 전혀 재미있지 않았다. 이러다 말로만 듣던 '펫로스 증후군'같은 거라도 걸리면 어쩌나 싶었다. 그렇게 삼일째가 된 날 밤, 꿈인듯 환상인듯 호양이의 유골이 놓인 쪽에서 노랗고 따뜻한 빛이 났다. 화들짝 놀라서 깨 보니 컴컴한 어둠뿐이었다. 그 꿈을 꾼 이후부터 집에 누군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았고, 눈물도 그리 나지 않았다. 


지금은 당연하게도 괜찮아졌다. 열흘이나 지나서 호양이의 그림을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적는 이유는, 사실 진작 호양이의 모습을 남기고 글로도 남기고 싶었지만 또다시 눈물이 날까봐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예능 프로그램도 보고 호양이를 그리면서도 좋았던 추억만 떠올릴 수 있었던 걸로 봐서 완전히 떠나보낸 것 같다. 


안녕, 호양아. 내 곁에 와서 고마웠어. 

네가 떠나고 나서 수없이 되뇌었던 '미안하다'는 말은 이제 더이상 하지 않을게.

내가 본 고양이들, 아니 모든 이들 중 가장 착한 아이였던 너. 

그 흔한 하악질 한 번 안 하던, 너무너무 순하고 착하기만 하던 너.

하늘은 항상 가장 착한 이를 먼저 데려간다는 말을 가르쳐준 너.

아프지도 춥지도 괴롭지도 않은 곳에서 언제나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 거라 믿어.

그리고 언젠가, 나나언니와 함께 그곳에서 다시 만나자. 사랑해 호양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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