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나게 사소한 이유였다.
2010년 3월 16일. 대망의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일본까지 오게 된 계기는 정말 사소했다.
같은 회사에 근무하던 L언니가 한창 대만 드라마에 빠져있었다.
그때 내게 추천해주었던 「화양소년소녀」라는 드라마...
일본의 「아름다운 그대에게 - 꽃미남(イケメン) 파라다이스」라는 만화를 현실판 드라마로 제작한 것이다. (이 드라마는 후에 한국에서도 드라마화 하기까지 이르며 -여주인공 설리-, 일본에서도 전체 배역을 바꿔 한번 더 제작하였다. - 그 정도로 인기였냐!)
나는 원래 만화를 좋아했고, 이 만화를 재미있게 본 기억이 있다. 그런데 언니가 추천해 준 대만 드라마의 여주인공이 내 상상 속의 여주인공과 거리가 너무 멀어서(陳嘉樺), 친한 언니의 추천이었음에도 보지 않았다. 보기 싫다 했다. 그랬더니 언니가 일본에도 같은 만화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있단다. 검색을 해보니 여주인공이 마음에 들어 보게 되었다. (호리키타 마키)
그렇다.
이야기가 멀리까지 와 버렸는데, 바로 이 학원물 드라마 한 편이 시작이 되어, 일본 드라마에 퐁당 빠지게 되었다. (한국 드라마-TV 자체를-도 안 보던 내가) 주말이 되면 하루에 한 드라마를 끝낼 정도로 시간만 있으면 보게 되었고, (일본 드라마는 보통 9화~11화 정도로 무척 짧은 편이다. - 물론 예외도 있다.) 결국 고등학교 때 제 2외국어였던 일본어를 그렇게 열심히 해보려고 해도 도통 85점 이상(100점 만점)을 받지 못했던 내가, 자연스럽게 회화를 어느 정도 알아듣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귀가 먼저 트인다는 그것인가! - 왜 영어는 안될까...)
조금씩 들리게 되니 일본어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듣는 것뿐 아니라, 읽고, 쓰고, 말하고 싶었다. 그렇게 일본어 독학이 시작되고, 조금 재미있어 보이는 일본어 학습책이 나오면 모조리 구매해서 미친 듯이 읽었다. 그렇게 2007년부터 1년 정도 독학을 한 후, 일본어 학원에 등록해서 바로 고급 문법반에 들어가 부족했던 문법을 떼고, 금세 회화반에 들어갔다. (그때 회화반 선생님과는 지금도 연락을 주고받는다.) (아, 그 사이에 2008년 10월에는 간단한 회화가 가능한 상태로 L언니와 다른 두 친구와 함께 넷이 일본 자유여행도 했다.)
그러다 보니 현지에 가서 일본인과 대화를 하고 싶게 되었고,
그렇게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고 가진 돈을 모두 털어 2010년 3월 16일 일본에 오게 되었다.
당시 내 나이 스물여덟(한국 나이).
여기까지가 딱 오게 된 계기.
앞으로 일본 생활 이야기도 천천히 풀어보려고 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