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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용 Nov 04. 2024

당신은 착한 사람입니까?


당신은 착한 사람입니까?
 

    모 스타트업 회사 면접에서 꼭 묻는 말이라고 한다. 나는 이에 대해 되묻고 싶다. 


어떤 상황에서의 “착함”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내가 질문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걸 수도 있고, 아니면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질문은 내게 굉장히 애매모호하게 느껴졌다. 네이버 사전에 따르면 착한 것은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른 것”이라고 한다. 언뜻 들으면 착하다는 말이 칭찬 같이도 들리지만, 나는 상황에 따라 착하다는 말이 좋지만은 않은 거라고도 생각한다. 물론 배려심 있는 행동을 많이 하는 언행이나 마음씨가 고운 사람을 전반적으로 착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상대방이 원하는 걸 해줬을 때 우리는 그것을 착하다고 흔히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바보같이 착하다"라는 말이 있다. 착하다는 건 좋은 걸 의미하는 걸 수도 있지만, 이런 사람들은 대개 거절을 못 해서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이용을 많이 당하는 것 같다. 그리고 도가 지나치게 되면 이들을 보며 우리는 “호구 같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사실 이런 착함을 겸비한 사람들은 실제로 착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원치 않는 배려를 한다면 그것이 과연 착한 것일까? 바보같이 착한 사람이나 매번 그 친구를 이용하는 주변 지인이나 “호구 같은" 착한 친구의 면모 덕에 더 성장할 기회가 없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인생을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가정한다면, 이 상황에서 승자는 아무도 없는 셈이다. 차라리 단호하게 거절하고 원하는 것을 해주지 않는 것이 서로를 위한 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도 우리는 때때로 거절하지 못하는 것을 “착하다"고 흔히 표현한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도 “착하다"고 형용한다. 하지만 과연 그 행동이 상대를 진심으로 위하는 길인지는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다. 

     내가 키우는 강아지 “체다"가 어렸을 때 굉장히 불안한 면모를 가진 강아지였다. 아직도 많이 불안해하지만 말이다. 유기견 출신이라 그런지, 아주 작은 일에도 짖어대며 꼬리가 올라간 것보다 내려간 모습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8개월 무렵에 강아지 훈련소에 문제행동 교정을 받으러 갔었다. 그리고 체다는 밥과 간식이 늘 풍부하게 주어지기 때문에 밥에 대한 욕심이 없다는 이야기를 먼저 들었다. 그러면 먹는 것으로 잘한 행동을 보상할 수 없으니, 일단 먹는 것을 일절 주지 않으면서 밥에 대한 욕심을 키워달라고 훈련사 선생님이 요청하셨다. (참고로 개는 3주 넘게 쫄쫄 굶어도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동물이다.) 그래서 훈련을 시작하기 위해 1주일가량을 굶겼다. 5일, 6일이 되어도 사료를 떨어뜨리면 별로 흥미가 없었다. 그리고는 1주일이 넘어갈 때쯤 사료 한 알을 떨어뜨려 보니 그제야 후다닥 먹으려는 모습을 보였고 그때부터 사료를 보상으로 한 훈련이 가능하게 되었다. 


사료로 훈련하는 체다

    

    이런 훈련의 과정이 너무 혹독하다고 생각하는 견주들이 많다고 들었다. 많은 견주들은 강아지가 불쌍하다며 먹을 걸 계속 줘서 결국에는 훈련이 진행되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난다는 말을 훈련사 선생님께 전해 들었다. 결국 문제 행동이 개선되지 않고 견주가 “착해서" 강아지의 삶이 바뀌지 못하는 것이다.


    나는 오히려 체다의 성장을 위해서 굳게 마음을 먹었다. 혹독하다 못해 냉철했다. “너 이거 못 참으면 앞으로 12년을 불안감 속에서 살아야 해"라는 마음이었다. 그리고 훈련을 거의 2년 넘게 받아온 체다는 이제 꼬리치는 시간이 예전에 비해 훨씬 많아졌다. 예전이라면 짖으며 줄행랑쳤을 상황인데도 나를 믿으며 앉으라면 앉고 엎드리라면 엎드린다. 세상에 대한 불안감이 많이 준 것이다. 

     나는 절대 착하지 않다. 언행이나 마음씨가 늘 곱지는 않다. 마음이 불편할 수는 있지만 거절할 때는 거절하고, 상대를 위해서 원하는 걸 해주지 않아야 할 때는 해주지 않는 편을 택하려고 노력한다. 어떻게 보면 나는 착한 사람보다는 독한 사람에 더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상황에서 마냥 착하게 행동하는 건 그 누구도를 위한 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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