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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나용 Oct 22. 2024

당신은 먼저 나서는 사람인가요?

독립 서점은 잔치에 초대받지 못했다.

     지난주에 우리 동네에서는 핼러윈 축제가 열렸다. 사실 축제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간소했고 많은 사람이 오지는 않았다. 온 단지가 참여했다기보다는 일부 몇몇 세대만 열심히 참여한 느낌이랄까. 나름 플리마켓도 열고, 음식 장터도 열었는데도 말이다. 나는 여러 면에서 관리인들께서 열심히 한 것에 비해 행사가 다소 삐걱거리는 것 같아 조금은 아쉽게 느껴졌다. 열심히 하신 것에 비해 성과가 작은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우리 동네 플리마켓

     플리마켓에 참여한 세대로써 여러 운영적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을 나는 남편에게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남편은 본인도 그렇게 느꼈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면 “네가 해보던가"라는 소리가 나오기 마련이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다고 내게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나는 여러 고민 끝에 우리 단지의 다음 관리인으로 출마해 보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내가 만약 관리인이 정말 되더라도 이전 관리인들보다 더 잘할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직접 나서는 수밖에. 불편한 사람이 나서게 되어 있다는 말도 흔히 하듯이 말이다. 내가 더 잘할 거라는 보장은 없지만 최선을 다했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싶다.

출처: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10151720001

     나는 무엇이든 여력이 되고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먼저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 있다. 특히 이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사람이라면 내가 더욱더 선한 영향력을 미쳐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내가 미치는 것이 아주 소소한 영향력이라고 한들, 사람들의 삶을 작게나마 바꿀 힘을 가졌다면, 최선을 다해야하지 않을까.

     이번에 한강 작가가 자랑스럽게도, 한국의 첫 노벨 문학상을 타면서 서점들에서는 엄청난 잔치가 열렸다. 아니- 사실은 대형 서점들의 잔치가 열렸다. 밤낮없이 돌고 있다는 인쇄기는 모두 대형서점에 책을 가져다 주기 위해 일한다. 지역 서점과 독립 서점들은 책을 구할 수가 없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한다. 독립 서점은 대형 서점에 주문해서 도매가로 책을 떼어오는 시스템인데, 그 주문들이 일방적으로 취소되고 있는 현실이다. 게다가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탔던 당일에는 도매 사이트를 닫아서 독립 서점들이 접속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약 3일이 지나서야 사이트를 복구시켰다고 한다. 독립 서점, 지역 서점만 성대한 잔치에 발을 들이지 못하게 된 이 상황은 과연 우연이었을까? 게다가 한강 작가의 독립 서점에는 자신의 책을 쌓아두고 팔고 있다는 사실을 SNS에서 보게 되었는데, 이의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다른 독립 서점들은 좌절감이 더욱 깊어졌을 것이다. 대형 서점에서 한강 작가에게는 자신의 책을 구할 수 있게끔, 작가의 힘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니까 말이다.

     물론 한강 작가 본인의 책이고 자신을 위한 거대한 잔치이니 이런 상황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독립 서점의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같은 독립 서점으로써 배제를 당하고 외면을 당하는 느낌일 것이다.

     나는 사실 기대를 했었다. 한강 작가가 독립 서점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신의 힘을 이용해, 대형 서점이 독립 서점과도 책을 나눌 수 있도록 한 마디 정도는 해줄 것을. 독립 서점들이 자신 덕에 벌어진 이 잔치에서 배제가 되는 것에 대해 영향력 있는, 강력한 몇 마디를 해줄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소식은 전혀 들리지 않았고 여전히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타서 열린 파티에는 대형 서점들만 초대된 상황이다. 한강 작가가 독립 서점을 챙기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행동이 언론에 보도하지 않는 걸 수도 있겠지만, 알려지지 않은 뒷이야기를 알 리가 없는 독립 서점들과 지역 서점들은 심란하기 매한가지일 것이다. 내가 이런 생각들을 남편에게 이야기하자, 나의 남편은 “좋은 작가라고 해서 꼭 완벽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을 했다. 머리가 띵-했다. 그래, 위인이라고 해서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고, 꼭 약자를 위해 일어설 필요도 없다. 그런데 잔칫집의 음식을 모두 나눠 먹을 수만 있었다면 얼마나 세상이 더 살만했을까. (오해하지는 않기를 바란다. 한강 작가를 비난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상황이 아쉽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나는 그래서 내가 큰 힘은 없더라도 내년에 관리인으로 출마하는 것을 도전해 보려고 한다. 선한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그리고 우리 단지를 개선하기 위해. 구석구석에서 들려오는 고충들을 들어보기 위해. 내가 위인은 아니라 엄청난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작게나마 이 세상에 기여해보고자 한다. 물론 내가 열심히 해도 별 소득이 없을 수도 있고 지금보다도 오히려 사람들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도 있지만, 그저 가만히 불평만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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