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맞아. 나도 억울해.
그동안 이 세상을 지나간,
그리고 지금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당연히 각자의 아픔이 있다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그건 유독 아픈 인생을 살아온 내가 만든
손쉬운 위로였을 거야.
분명 인생의 큰 굴곡 없이
잔잔하고 평탄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억울하지 않아? 난 되게 억울했거든.
하지만 어쩌겠어.
이 인생을 이미 내가 살아내고 있는 걸.
다른 사람으로 살고 싶어도
그건 불가능하니까.
그런데 말이야.
이런 선택이 주어진다면?
지금까지의 기억, 아픔, 기쁨,
네가 겪은 모든 걸 깨끗이 지울 수 있는 선택.
그렇다면, 과연
이 인생을 없애겠다고 할 수 있을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아마 그러지 않을 거야.
생각해 보면,
내 과거엔 슬픔만 있었던 건 아니야.
웃음, 기쁨, 재미로 가득 찬 순간도 있었거든.
나락으로 떨어져 봤기 때문에 아는 감정이 있어.
"아, 그때는 행복했구나."
그리고 드디어 다시 날아올랐을 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짜릿함과 벅참이 따라.
희열이든, 좌절이든,
그걸 경험했다는 것 자체가
우리에게 남다른 깊이를 만들어주는 것 같아.
어쩌면 그것이 신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정말 이 삶이 불공평한 걸까?
우리 이왕 사는 거,
희망을 갖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