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와 막걸리

막걸리찬가 2편 저녁이 있는 삶

by 난달

출장을 좀 일찍 마치고 그동안 미뤄두었던 이발을 하기로 하고 전용 이발소에 들렸다.

수년 전부터 늘 나의 머리를 손봐주시는 분이라 제법 친해지기도 하지만, 스타일이나 감성, 그리고 먹거리가 비슷하여 이발 중에 나누는 대화가 잘 통하는 분이다.

사장님은 비 오는 오늘 꽃게가 제철이라 싸고, 맛있어서 사모님과 저녁에 먹기로 했다는 것이다.

역시 사장님은 나와 비슷하게 양념된 음식보다는 재료 자체의 맛을 즐기시는 분이라는 것이 또 한 번 증명되었다. 오늘 저녁 안주거리 확정!!!

꽃게다!

막걸리와 함께 꽃게 특유의 담백하면서 고소하고, 달달한 속살의 맛을 느끼고 싶어졌다.

머리를 깎고 나오면서 급하게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오늘 저녁 꽃게 어때?

이발소 사장님이 추천해 주셨는데 사장님도 꽃게가 먹고 싶어서 사모님께 사놓으라고 하신 모양이야

우리도 먹자.

"그래, 자기가 먹고 싶으면 사 와"

언제나 그렇듯 아내는 내가 먹고 싶어 하는 것에 거의 동의하는 편이다. 어쩌면 미리 메뉴를 골라주니 반찬거리 고민을 하지 않아서 좋아하는 것 같기도 하다.

아내를 모시러 가는 길에 하나로마트가 있다. 마트의 동선을 알고 있을 만큼 들린 횟수가 많다.

바로 수산물코너로 갔다. 역시 매장에는 활꽃게전용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고 안내원이 골라 줄 준비를 하고는 물어온다.

"고객님 얼마나 필요하세요?"

" 두 사람이 두 마리씩 먹으려고요, 살이 꽉 찬 놈으로 골라주세요" " 제철이라 살이 꽉 찼겠죠?"

" 지금 살이 오르는 중이에요"라고 말하며 네 마리를 고르고 있다.

이 안내원 프로다.

사람들이 제철이라고 사갔는데 살이 꽉 차 있지 않으면 클레임을 걸 수도 있으니 대응하는 말이다.

안내원이 골라주는 꽃게를 집어 들고 바로 막걸리코너로 갔다.

막걸리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수막걸리! 평소에 내가 즐겨 마시는 녹색뚜껑 막걸리가 보이지 않고 200원 더 비싼 흰색뚜껑만 진열되어 있다.

농협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그런지 수입산 쌀로 빚은 녹색뚜껑 막걸리는 판매하지 않는 모양이다.

아쉽지만 두 병을 얼른 집어서 계산대로 향했다.

꽃게를 맛나게 쪄 줄 아내를 모시러 가는 데 군침이 돌기 시작한다.

집에 도착했다.

도착하자 말자 얼른 찜통을 준비하고 네 마리를 찜솥에 넣었다.

특유의 꽃게 찌는 냄새가 온 방에 가득하다. 향기롭다.

꽃게를 찌는 동안 쓸데없이 얼음을 많이 사놓았다고 핀잔을 들었던 생각이 나서 작은 양은 대야에 얼음을 담고 막걸리를 담았다. 술을 차갑게 유지하면서 마시면 더 맛나는데 동네 삼겹살 맛집인 "무등골"에서는 늘 술을 이렇게 내어 준다. 아내는 며칠 전 동료에게 얻어온 레몬진액에 토닉워터를 붓고, 위스키를 첨가한 하이볼을 준비를 했다. 맛보란다. 맛을 보니 맛나다. 그래도 나는 막걸리!

꽃게가 다 쪄졌다.

도는 군침을 얼른 삼키면서, 게의 등딱지를 열었다.

하나로마트 안내원의 말처럼 살이 그리 꽉 차지는 않았다.

꽃게의 집게 반대쪽 마지막 다리(헤엄치는 다리) 쪽이 살이 제일 맛있다.

막걸리를 한 모금 마시고 얼른 한 입에 넣었다. 앗! 예전에 먹었던 꽃게살이라고 생각하면 상상되는 그 맛은 아니었다. 살짝 실망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좋은 맛이다.

막걸리 특유의 씁쓸 달콤한 맛과 꽃게살의 단백 달콤한 맛이 매우 조화롭다.

아~ 행복하다.

어느 정치인의 대권슬로건이었던 "저녁이 있는 삶"으로 나의 하루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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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막걸리 중에서 장수막걸리를 최애 한다. 전국의 여러 막걸리를 주문해서 마셔보았지만 장수막걸리가 내 입에는 딱 맞다. 가성비 또한 갑이다.

나의 행복첨가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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