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난달 Oct 13. 2023

털레기 산행이다

광교산-백운산-바라산 산행기

오랜만에 광교산 산행에 나섰다.  테니스를 시작하고는 한 달에 두 번의 산악회 정기산행 이외에는 테니스에 집중하다 보니 잘 갖고 놀던 게임기를 버려두고 신상 게임기에 푹 빠진 아이처럼 요즘은 통 가까이하지 못했는데, 성춘형님의 제안으로 6일의 추석연휴 중 하루,  개천절인 3일에 광교산행을 하기로 했다.

아우라지 세 가족과 완규형님네가 합류하기로 하여 네 가족 8명이 수지성당옆 생태공원에서 출발했다.

맷돌바위쉼터를 거쳐, 바람의 언덕을 지나, 시루봉, 백운산, 바라산을 찍고, 고기동으로 내려 올 참이다.

대략 4-5시간 코스이다. 산행이 끝나면, 고기동에 있는 주막보리밥집에서 새뱅이로 시원하게 끓여낸 털레기수제비와 코다리찜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막걸리 한 사발을 시원하게 마시게 될 것이다. 그 맛을 상상하고 나니 발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오전 8시 38분! 다 모였다.

하늘이 흰색 물감을 큰 붓으로 바탕칠 하듯 얇게 발라 놓은 것처럼 흐려있고, 찹찹한(서늘하다 보다는 조금 더 차가운 경상도 사투리) 공기가 피부에 착 달라붙으니 시원한 가을공기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상쾌하다. 테니스 치기 딱 좋은 날씨다. 이 생각이 드니 살짝 우습다. 산에 오면서 테니스 타령이라니...

초입부터 겨울 준비에 바지런을 떠는 성질 급한 나무들부터 이파리의 물기를 말리며 꽃색을 만들고 있었다.

꽃색으로 변신하고 나면 이 가을에 최대한 뽐을 내겠지? 겨울이 오기 전에 조용히 자신을 땅에 내려놓고 다음 봄을 준비할 것이다.


벌써 하산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6시에 출발했다면 시루봉을 갔다 올 만한 시간이지만,  맷돌바위쉼터에 갔다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맷돌바위까지는 왕복 1시간 30분 정도로 아침에 가볍게 운동하기 딱 좋은 코스이다. 처음 산행을 시작했을 때 시루봉까지 힘에 겨워서 쉼터까지  트레이닝을 반복했었다.


맨발로 내로 오는 사람들도 보인다. 맨발 걷기가 각종 염증치료나 암환자들의 암수치를 낮추는 효과가 많다는 사례가 많이 발표되어서 인지 부쩍 맨발 걷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지자체에서 맨발 걷기에 좋은 황톳길 코스를 만드는 등 그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우리도 얼마 전부터 학교운동장을 이용해서 맨발 걷기를 시작했는데, 다음부터는 이 코스를 택해야겠다.


수지성당에서 시루봉까지 가는 이 코스는 초입의 한 두 군데를 제외하고는 경사가 완만하고 시야가 잘 확보되는 탓에 지인들과 대화하면서 걷기 좋은 코스이다.  그래서인지 희미하게 들리는 안주인님들의 수다는 당최 끝이 날 줄 모른다. 이 페이스로 가면 적어도 6시간 이상인데 아랑곳없다.

그래도 여왕님들의 심기는 건드리면 안 된다.


사실 바쁠 것도 없다. 시간을 맞추어 출발하는 버스도 없고, 늦었다고 질책할 일행들도 없다. 즐기기만 하면 된다. 동네산의 가장 좋은 점이 이 점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길이 너무 많다. 계단을 오르는 것이 싫어 옆길을 만들고, 가파름을 피하여 또 다른 길을 만들고, 맨발로 다니고 싶어서 또 다른 길을 만들어 놓았다. 지정된 등산로 말고도 너무 많은 길이 생겼다.


캠페인을 좀 해볼까?

등산로를 지켜주세요!

도토리는 다람쥐에게 양보해 주세요!

가져간 쓰레기는 꼭 가져오세요!

노래가 듣고 싶은 분은 이어폰을 이용해 주세요!

마주치는 사람에게는 가벼운 미소로 인사해 주세요!


바람의 언덕을 지나 수리봉에 올랐다.

수년 전 광교산 정비사업으로 수리봉과 시루봉에 데크가 잘 만들어져서 정상에 오른 등산객의 편의가 많이 개선되었다.

수리봉에도 넓은 데크와 긴 의자가 만들어져서 도심을 내려보며 올라온 성취감을 맛보거나, 휴식을 취하면서 가져온 간식을 먹기 좋다. 수리봉을 잘 모르고 시루봉만 다녀가는 사람이 절반도 넘는 것 같다.

또 한 가지 정보를 보탠다면 수리봉은 용인 수지, 수원 광교 지역의  일출 명소이다. 밤에 내려 보는 야경도 정말 멋지다.

전에 두세 번 정도 광교산에서 신년일출을 맞은 적이 있다. 바다의 일출과는 달리 먼 산에서 떠오르는 해는 금세 중천에 자리를 잡는다. 수리봉이 꽉 찰 정도 많은 사람들이 이 짧은 일출을 기다리며, 새해의 소망을 빌기 위해 바들바들 떨던 기억이 점점 멀어지는 것을 보니 제법 오래된 일인 것 같다.  내년에는 잘 정돈된 데크에서 신년 일출을 맞이해 볼까나?


수리봉에서 시리봉까지 약 400m 정도에 어느 국립공원에도 빠지지 않는 소나무와 바위가 조화를 이룬 곳이 몇 군데 있다. 시루봉에 오를 때마다 이 생각을 하게 된다.

시루봉 정상이다. 서울 쪽 풍경은 너무 많이 본 풍경이라 시간을 지체할 필요 없이 인증사진만 찍고 곧바로 백운산으로 향했다. 능선길이라 힘들지는 않겠지만 제법 긴 구간이라 부지런히 걸어야 배가 아주 고프기 전에 목적지에 도착하겠다. 산에서 목이 마르거나 배가 고프면 미칠 정도로 힘들다.


시루- 백운 능선구간에는 억새도 없는 억새밭 표지판이 실망을 주는가 하면, 가을꽃의 대표선수 구절초와 흔한 야생화들이 섞여 흔하지 않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고, 떨어진 밤송이에서 알밤을 까먹으면서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있는 한 등산객도 보인다. 떨어진 밤송이를 보니 작지만 알이 꽉 찬 밤이 앙증맞게 들어차 있다. 감상만 하고 청설모나 멧돼지들에게 양보해야 한다.


억새는 백운산 근처 통신탑(?) 부근에서 바람을 타고 하늘에 긴 허리를 저어가며 춤추고 있다. 그나마 얼마 안 되는 억새들이 철조망에 갇혀있는 옆길을 돌아 백운산으로 향했다. 이번 주말에는 창녕의 화왕산에서 억새를 원 없이 보고 올 테다.


백운산이다.

전망대에 서서 안내표지판의 내용을 확인해 보려는 듯 꼼꼼히 주변을 쭉 훑어보았다.

의왕과 군포사이로 수리산이 보인다.

등산초보시절 제대로 된 산행은 수리산부터 시작했었다. 근교에 있어서 또 가보고 싶은 산이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어려워 거의 10년 동안 못 가본 산이 되었다. 근교산행이 힘든 이유이다.


백운산부터 바라산입구까지는 거의 내리막길이다. 계단이 많고 쉴 곳도 많다. 군데군데 쉴만한 공간이 잘 정비되어 있다. 산에서 간식을 즐기기에 너무 좋은 장소이지만 이 길에 들어 설 즈음에는 대 부분 간식을 소화시킨 후이다.

배가 고프다. 수리봉에서 먹은 간식이 벌써 소화가 다 되었다. 배가 고프니 내려가는 길이 더 길게 느껴진다.


산행시작한 지 3시간 30분 정도 지났다.

든든히 먹지 못해서인지 다들 지친 듯하다. 동행자 배려차원에서 바라산초입에서 관음사 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택했다. 편한 길이긴 하지만 목적지까지는 꽤 길다.

태양을 흠모하다 그 열기에 타서 말라 버린 해바라기와 삼색 치마를  입고 흔들고 있는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길을 따라 내려간다.

아스팔트길이라 더 많이 지친다.  목적지까지는 아직 많이 남았는데...

다행히 관음사에 내려오니 마을버스 한 대가 출발 대기를 하고 있다. 얼른 올라탔다.

버스를 타고도 고기동 목적지까지는 한참이다. 이구동성 버스 타기를 얼마나 잘했나 모르겠다.

브라보~


점심시간이라 고기동 주막보리밥집에는 대기줄이 길다. 그래도 기다려야 한다. 이번 산행에 합류한 완규형님에게 이 집의 털레기수제비를 맛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코다리찜과 막걸리도 함께...

앗싸! 8명이라 오래 기다릴 줄 알았는데, 금세 자리가 났다.

먼저 수제비로 속을 풀고 코다리찜을 안주로 잡고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키며 생각한다.


온갖 재료를 다 털어 넣고 끓인 수제비를 털레기수제비라 한다 하니 형님, 형수, 처제, 동생의 온갖 사랑을 다 털어 넣은 오늘 산행은 털레기산행이지 않을까?

성춘형님의 제안으로 6일의 추석연휴 중 하루,  개천절인 3일에 광교산행을 하기로 했다.  아우라지 세 가족과 완규형님네가 합류하기로 하여 네 가족 8명이 출발한다.

수리봉에도 넓은 데크와 긴 의자가 만들어져서 도심을 내려보며 올라온 성취감을 맛보거나, 휴식을 취하면서 가져온 간식을 먹기 좋다. 수리봉을 잘 모르고 시루봉만 다녀가는 사람이 절반도 넘는 것 같다.

수리봉에서 시리봉까지 약 400m 정도에 어느 국립공원에도 빠지지 않는 소나무와 바위가 조화를 이룬 곳이 몇 군데 있다. 시루봉에 오를 때마다 이 생각을 하게 된다.

가을꽃의 대표선수 구절초와 흔한 야생화들이 섞여 흔하지 않은 풍경을 연출하고 있었고

백운산이다.

전망대에 서서 안내표지판의 내용을 확인해 보려는 듯 꼼꼼히 주변을 쭉 훑어보았다.

의왕과 군포사이로 수리산이 보인다.

태양을 흠모하다 그 열기에 타서 말라 버린 해바라기와 삼색 치마를  입고 춤추는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길을 따라 내려간다.

이번 산행에 합류한 완규형님에게 이 집의 털레기수제비를 맛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코다리찜과 막걸리도 함께...







매거진의 이전글 은빛 물결이 일렁이는 억새의 호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