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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달 Mar 08. 2024

인적 없는 호젓한 산행을 즐기십니까?

청평면 깃대봉 봄산행 (은고개안부-깃대봉-한얼기도원갈림길-운두산-대성리)

한동안 따뜻하더니 어제부터 바람 불고 기온이 많이 떨어졌다.  꽃샘추위다.

산행길을 나서는 데 느껴지는 체감온도가 만만치 않다. 더구나 오늘은 아내가 친구딸의 결혼식에 참석하느라 홀로 산행해야 해서 옆구리까지 시린데...

그동안 따뜻한 날씨여서 더 춥다.

군데군데 빈자리까지 생겨서 또 그렇다.(연휴가 중간에 낀 토요일이거니와 춘삼월에는 결혼식이 많으니까.)

깃대봉이라는 산이 낯설어서 그렇다.

어쨌든 춥다.

매번 산으로 나서는 길이 늘 신나거나 유쾌하지는 않지만 오늘은 더욱이 몇 년간 함께 산행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던 산우의 급작스런 사망소식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소식만 전해 듣고 자세히 아는 이가 없으니 다들 소설을 써 볼 뿐이다. 다들 안타까운 마음에 그러리라 생각한다.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빌어본다.


깃대봉은 청평면에 있는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는 산으로 경춘선 청평역 부근에 있는 산으로 좀 더 알려진 호명산과 마주 보고 있는 산이다. 그래서 등산객이 많지 않아서 호젓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산이다.

그동안 경험에서 호젓한 산행이 결코 즐거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등산객이 많지 않다 보니 길을 찾기가 곤란하거나 멧돼지들이 길을 파헤친 곳이 많아서 불편한 점이 번번이 생긴다.


한참을 올랐는데 우리 일행 말고는 아무도 없다.  간간히 응달에 녹지 않은 눈들이 발길을 불편하게 만들더니 고도가 좀 높아지니 온통 눈길이다. 올겨울 눈산행을 많이 한 우리 일행들은 눈이 지겨울 것 같다.

기온이 떨어져 많이 미끄럽지 않고 귀찮기도 해서 아이젠을 신지 않고 오르는데, 도대체 이 오르막 구간은 언제 끝나는지?   가쁜 숨을 헐떡거리며 가파른 구간을 기를 쓰고 올랐더니 전망대가 하나 나온다.

순식간 가빴던 숨이 잦아들고 숨이 트이는 멋진 풍경이다.  

마주 보이는 호명산 옆으로 북한강을 따라 봄이 흘러오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지는 봄물로 적셔지고 초록의 새 생명들이 앞다투어 소생할 것이다. 다소 흐린 날이지만 맑은 날이라면 여느산 못지않은 좋은 풍경이다.


전망대부터 정상까지는  들머리에서부터 계속된 힘든 발걸음을 보상하는지 그다지 힘들지 않은데 도착한 

깃대봉 정상은 전망대에서 보여줬던 시원스러운 풍경은 없었고, 불꽃모양의 정상석은 살짝 웃겼다.

기념할까? 해야겠지? 그래야 나중에 기억을 꺼내어 보기 쉽겠지?

인증숏 하나 후딱 찍고 내 산행의 최애시간인 점심 먹을 자리를 찾았다.

마땅한 점심 자리가 없다. 한쪽은 눈이 녹아 낙엽으로 덮여있고, 한쪽은 눈이 쌓인 좁은 능선길에 자리를 잡고 여닐곱의 일행이 먹을 만한 자리가 없었다.  낭패다.

우리 말고 등산객이 없으니 길 옆으로 대충 삼삼오오 가져온 점심과 데워 온 정종을 곁들여서 가볍게 먹는다. 이거 정말 아닌데... 30첩 반상은 어디로 갔나? 


특별할 것도 없는 산행!

눈산행의 화려함은 반쯤 녹았고, 아직 새싹이 돋아나지 않고 첩첩이 떨어져 쌓인 낙엽만 조리돌림을 당하고 있는 이른 봄산행에서는 일행과 나누는 점심식사의 즐거움마저 아쉬움을 남긴다.

하산길은 얼마나 길고 지겨운지....

산머리에서의 예상대로  등산객이 없어 길은 없어지고, 군데군데 낙엽 덮인 길은 부상의 위험도 똬리 틀고 숨어있다.

조심조심 내려오니 다리에 힘이 두 배는 더 드는 것 같다.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을 이른 봄에 할 때는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어떤 이는 이를 즐기도 있겠지만...

오늘 산행계획은  청평역~은고개안부~깃대봉~한얼기도원갈림길~운두산~대성리까지 약 11km/6시간 여유롭게 하는 계획이었으나 약 14Km/6시간 걸렸다.

빠른 걸음으로 일행들보다 조금 일찍 하산하여 대성리의 한 편의점에서 가평잣막걸리로  전망대의 숨을 트여주던 멋진 풍경만 남겨놓고 힘들고 재미없었던 하산의 기억은 씻어버린다.

나는 호젓한 산행이 싫어요~~~

뒷편 마주 보이는 호명산 옆으로 북한강을 따라 봄이 흘러오고 있다. .
간간히 응달에 녹지 않은 눈들이 발길을 불편하게 만들더니 고도가 좀 높아지니 온통 눈길이다.
기온이 떨어져 많이 미끄럽지 않고 귀찮기도 해서 아이젠을 신지 않고 오르는데, 도대체 이 오르막 구간은 언제 끝나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대지는 봄물로 적셔지고 초록의 새 생명들이 앞다투어 소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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