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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달 Mar 20. 2024

시산제(始山祭) 그거 꼭 해야 하나?

우암산악회 시산제(안성 서운산 瑞雲山)

꽃 피는 춘삼월!

바야흐로 시산제의 계절이다.

정월에서 삼월까지 산악회마다 아담하고 한적한 산을 찾아서 회원들의 무사산행을 기원하는 제를 올리다 보니 봄의 기운이 대지를 품고 만물을 소생시키는 이때에는 전국의 명산마다 시산제를 올리는 산악회를 자주 만나게 된다.

시산제를 올리는 이유를 꼽아 보자면 산악회마다 나름으로 여러 이유가 있겠으나, 가장 중요한 이유가 안전산행을 기원이다.

그렇지 산악활동은 안전이 제일이지...


이천이십사 년 삼월의 열다섯 번째 날

우리 산악회는 경기도 안성에 있는 서운산(瑞雲山)에서 시산제를 올린다. 도착해 보니 거리도 가깝고 이름이 좋다.  상서로운 구름이 모이는 산!

작은 산이지만 좋은 기운이 느껴지고 산의 기세도 좋다. 회원들과 제에 쓸 음식과 물품을 나눠 들고  1시간쯤 오르니  정상을 100여 미터쯤 앞두고 널따란 평지에 주변이 확 트인 멋진 공간이 있다.

인적이 많지 않고  아담하고 한적한 공간!

제를 올리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공간이다.


북쪽으로 제단을 차리고 준비해 온 음식을 차렸다. 모두들 분주하게 움직인다.

분주한 움직임 속으로 산악회의 주인들이 나타난다.

산악회의 주인은 회원이다.

그러나 회원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진 것이 아니다.

주인으로 행동해야 주인이 된다.

제단 주위를 정리하고 현수막을 다는 주인!

각자 정성을 다해 집에서 만들어 온 나물과 전을 접시에 나눠 담는 주인!

정성 들여 담아 놓은 음식을 제단 위에 예법에 따라 가지런히 차려놓는 주인!

행사를 위하여 자리를 정리하고 회원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주인!

제문을 읽고 제를 주관하는 주인!

제에 참여하며 순서에 따라  예를 올리는 주인!

자신의 신앙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자신의 방식에 맞게 행사에 참여하는 주인!

제가 끝나면 회원들의 식사를 돕기 위해 음식을 날라주는 주인!

기회와 틈이 나지 않아서 일손은 돕지 못하고 재물을 찬조하여 정성을 표하는 주인!

이 모든 이들이 주인이다.


한 과정에 참여한 주인도 있지만, 모든 과정에서 주인행세를 하는 욕심(?) 많은 주인도 있다.

멀리서 바라보며 참여를 주저하거나, 젯밥(?)에만 관심을 두면 참주인이 되지 못한다.


우리 산악회는  회원 간의 분위기가 좋고, 산행참여비가 저렴하면서도 아침간식과 뒤풀이 저녁식사까지 제공되는 모범산악회로 정평이 나있다.

아무리 비영리 산악회라 하지만 사과 1개에 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물가가 높은 요즘에 삼만 원의 산행회비로 운영되기는 어렵다. 사실 매번 산행마다 2-30만 원 정도의 적자가 발생한다.

그러나 이 적자는 감당이 되는 적자이다. 왜냐하면 시산제때 회원들의 자발적인 찬조를 통하여 적자보다 더 많은 기금이 마련된다.

이번 시산제에서도 약 70명에 회원들이 십시일반 모금하여 7,450,000의 기금이 모였다. 주인의식으로 똘똘 뭉친 회원 들이다.(찬조금을 내지 못했다 해서 주인의식이 없다는 말은 아니라는 것을 꼭 밝혀둔다. 다른 방식으로도 주인 역할을 하는 회원도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찬조금을 내고도 시산제에 올릴 음식과 70명이 넘는 인원이 나눠 먹을 나물과 전, 김치 등을 준비한 총무님을 비롯한 여성회원들도 있다. 얼마나 고마운지 한 명 한 명 이름을 불러드리고 싶다.

(회장님 사모님 김영미 님, 부회장 사모님 장윤숙 님, 총무님 박희자 님, 전총무님 김종혁 님, 신동순 님, 백지민 님, 박선혁 님)

모두가 대단한 애정과 노력이 아닐 수 없다.

20년의 전통이 그냥 세워진 게 아니다. 그동안  선배님들이 만들어 온 봉사와 희생의 전통이 대물림된 것이다.

이런 희생과 봉사가 바탕이 된 우리 산악회가 바로 명품산악회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시산제는 모두 하나 되어 주인 되는 행사이다.

그러니 해야 할 수밖에...

시산제에 올릴 음식과 70명이 넘는 인원이 나눠 먹을 나물과 전, 김치 등을 준비한 총무님을 비롯한 여성회원들이웃사촌(사진봉사 윤복섭 님)
산악회의 주인은 회원이다. 그러나 회원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진 것이 아니다. 주인으로 행동해야 주인이 된다. (사진봉사 김종관 님)
20년의 전통이 그냥 세워진 게 아니다. 그동안  선배님들이 만들어 온 봉사와 희생의 전통이 대물림된 것이다.(사진봉사 김종관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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