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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달 Apr 15. 2024

16화 신비한 기운이 가득 찬  마이산

주차장-고금당-비룡대-암마이봉-은수사-탑사

이번 마이산 산행을 앞두고는 제법 설레었다.

몇 년 전 마이산에서 느꼈던  아름다웠던 봄날의 경험을 또 한 번 느끼고 싶었다.

용인에 자리 잡고 있는 우리 동네 수지에는 벌써 꽃들이 피고 지는 중이지만 해발이 높아서 전국에서 벚꽃이 가장 늦게 피는  곳이 마이산이라서 주차장부터 탑사까지 늘어선  벚꽃나무 가로수 길에  벚꽃이 절정을 이루면 얼마나 아름다울까?

꽃놀이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는 바람에 날리는 벚꽃엔딩을 보기에는 오늘 산행이 다소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길마다 봄의 부름에 응답하는 여린 새싹들이 싹을 틔우고 있을 것이고, 아직은 물이 덜 올라 마른 거친 나뭇가지들 사이에서 분홍치마를 입고 수줍게 깔깔거리는 소녀들 같은 진달래들이 봄노래를 부르며 우리를 반길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3시간을 달려왔는데도 여전히 고속도로인걸 보니 "전북 진안이 멀긴 멀다"하는 생각이 들 즈음 버스가 고속도로를 빠져나가면서 멀리 마이산 암수 두 봉오리가 눈에 들어온다.

진안고원의 산그리메를 비집고 매끈하면서 봉곳이 솟아오는 말귀의 형상을 볼 때마다 그 모양이 신기하기 그지없다.

슬슬 채비를 시작해야 했다.

오늘 산행 계획은 비교적 짧다. 봄철의 산불통제로 일부 코스를 단축한 관계로 시간이 넉넉하니 봄 속으로 제대로 들어가서 즐겨볼 참이다.

버스에서 내려 주변부터 둘러본다.  벚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리기 직전이다.

오늘 날씨만 도와준다면 하산길에는 꽃망울 터트려 활짝 핀 꽃들의 향연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주차장에서 금당사를 쪽으로 오르는 길에 한 틈으로  나 있는 한적한 비포장 산길로 들어서며  산행을 시작한다. 고금당 쪽이다.

지붕이 금색으로 칠해져서 우리나라 다른  사찰의 분위기와는 다소 이질감이 있어서  비켜가는 길을 택해서 전망대가 있는 비룡대로 곧장 올랐다.

벚꽃이 금색 기와로 세워진 사찰의 화려한 아름다움이라면 진달래는 고즈넉한 분위기의 토종 사찰 분위기이다.

오른쪽 멀리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말머리가 보이고 군데군데 진달래의 분홍빛 실루엣이 드리워져 있다.

다 져 버린 줄 알았는데 기대했던 대로 여긴 한창이다.

수줍은 자태로 봄바람을 타며 춤을 추고 있는 소녀들의 분홍치마 자락 같은 진달래꽃 사이로 걷다 보니 금세 비룡대가 나온다.

비룡대부터는 힘든 구간이 없다.  봄을 밟는 기분으로 사뿐사뿐 편하게 걸었다.

진달래가 군데군데 그려진 마이산 병풍이 펼쳐진 봄의 정취가 가득한 곳에서 우리는 각자 정성 들여 싸 온 점심에 봄바람을 섞어 먹는다.

몸속에 봄기운이 가득 찬다.

올 일 년은 끄떡없다.


암마이봉입구까지는 계속 오름이 계속되고 콘크리트를 부어 놓은 듯한 거대한 산벽을 끼고돌아야 한다.

길이 좁아서 인파가 많을 때는 제법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암마이봉입구에 도달하니 먼저 간 일행들이 초소 앞에서 쉬고 있다. 배낭을 벗어 놓고 함께 올라가기로 했다.

누가 가져가겠어? (외국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신기하게 보는 것 중에 하나가 남의 물건에 욕심내지 않는 사람들의 태도 아닌가?)

홀가분해진 상태로 오르막을 오르기 시작했다.  중간쯤에 올라가는 길과 내려가는 길을 구분해 놓았다.

경사도(70~80%)가 심하여 인파가 많을 때에는 위험하기도 하고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았다. 배낭 두고 오길 잘했다.

오르면서 잠시 쉴 때마다 반대쪽 숫마이봉을 보며 신기한 매력에 빠져든다.

이름처럼 매끈하고 잘빠진 귀에 잔털이 보숭보숭 나 있고, 속이 파져서 귓구멍도 뚫려있다.

귀 참 잘생겼다!

신기하다.

암마이봉 정상 입구부터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정상 단독 인증숏을 원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통과!


귀는 원래 한 짝인데 좌마이봉, 우마이봉이라 하지 않고 왜 숫마이봉, 암마이봉이 라카지?

하나는 수줍게 봉긋 올라온 처녀 젖가슴 같고, 하나는 우람하고 씩씩한 남성의 거시기 같아서?

온갖 사물에다 음양의 이치를 적용하는 동양식의 사고가 여기에도 나타나있는 것이다.

여성성과 남성성이 상실되어 가며 중성화되어 가는 이 나이에 음양이 뭣이 그리 중요하게 느껴질까?

어쨌든 신기방기하기 짝이 없다.

쓸데없는 생각을 접고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와 은수사에 도달한 다음  매점에서 맥주 몇 개를 사서 타는 갈증을 해소했다.

사찰입구에 매점에서 맥주를 구입할 수 있다니…

갈증해소에는 맥주 한 모금이 최고다.


탑사 쪽으로 들어서니 입장료를 받는다.

이거 무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

사찰입장료 없어진 거 아님?

검표원의 설명을 옮겨보자면 조계종 계열의 사찰은 국가의 지원금을 받기 때문에 입장료를 받지 않는 것이고, 태고종은 국가의 지원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받아야 한답니다.

그렇다면 탑사를 지나지 않는 다른 길을 만들어 놓고 탑사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만 입장료를 받아야지 내려가는 길이 이 길 밖에 없는데 어찌하누?

태고종 스님들은 다른 사유지를 지나실 때 통행료를 내실까? 문화재라고 우기면 관람료 내야 하는 거임?

탑사에 있는 돌탑들의 신비함이 물욕으로 쌓인 듯하여 더 이상 신비스럽지 않게 느껴진다.


오후가 되니 아침보다 인적은 줄었고 벚꽃들은 더 활짝 펴 있다.

꽃길이 터널이 되어 주차장까지 쭈욱 뻗어있다.

살짝 나빴던 기분이 피어난 꽃처럼 다시 활짝 펴진다. 그리고 꽃길을 따라 밥 먹으러 간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아름다운 길을 걷고 밥을 나눠 먹으러 가는 길

꽃길이든 흙길이든 다 좋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면...

수줍은 자태로 봄바람을 타며 춤을 추고 있는 소녀들의 분홍치마 자락 같은 진달래꽃 군락
아직은 물이 덜 올라 마른 거친 나뭇가지들 사이에서 분홍치마를 입고 수줍게 깔깔거리는 소녀들 같은 진달래들이 봄노래를 부르며 우리를 반겨 준다.
암마이봉입구까지는 계속 오름이 계속되고 콘크리트를 부어 놓은 듯한 거대한 산벽을 끼고돌아야 한다. 길이 좁아서 인파가 많을 때는 제법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다.


숫마이봉을 보며 신기한 매력에 빠져든다. 이름처럼 매끈하고 잘빠진 귀에 잔털이 보숭보숭 나 있고, 속이 파져서 귓구멍도 뚫려있다. 귀 참 잘생겼다.
사찰입구에 매점에서 맥주를 구입할 수 있다니… 갈증해소에는 맥주 한 모금이 최고다.
탑사에 있는 돌탑들의 신비함이 물욕으로 쌓인 듯하여 더 이상 신비스럽지 않게 느껴진다.
꽃길이든 흙길 이든 다 좋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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