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틸다 하나씨 Dec 03. 2023

주말 오후, 웃음을 주고 가는 녀석들

비 오는 오후

패셔너블한 닭 한 마리가 정처 없이 걷고 있다

이런 분위기 있는 닭은 처음

분위기 있닭

화실의 그림 구경을 하고 돌아가는 모양이지

사색이 깊어 보이는 요 녀석의 발바닥에 물감을 찍어

발자국을 찍어내면 ‘닭의 사색’ 작품이 나오겠다는 생각



오리의 근육이 섹시해 보이긴 처음

몸짱 오리

집 앞 디푸드에 탄탄한 근육질의 오리들이 핫둘핫둘 라인업

불과 얼마 전까지 오리 피트니스 센터에서 빡센 트레이닝을 받아온 게 분명하다

어떻게 만든 식스팩인데

소개팅도 나가보기 전에 이리되었다니…

이보다 슬플 데가 있나




카페 앞 화단에서 이리 꼬리가 긴 도마뱀을 만나긴 처음

우리 아들에게 꼬리를 강탈당해 분해하는 미스터 도

내가 대신 사과할게…

정말 미안해




마지막 잎새를 아쉬워하는 왕관머리 새를 만난건 처음

확대해 보았지만 카메라 화질이 아쉽군. 그래도 왕관이 보여서 다행이야



우리집 담장에서 두꺼비 부부를 발견하긴 처음

너희들~ 새벽녂에 딱 걸렸어~ 

우리 집에 십 년 넘게 함께 살며

무화과 나무의 애벌레부터 모든 동물들을 진두진휘하는 대장 청설모가

어느새 새끼 고양이 만해졌는데

당최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듯

카메라만 들이대면 빛의 속도보다 빨라져

언젠나 청설모 녀석을 렌즈에 담아보려나 하며 사는데

너희마저 그 녀석 아래 속해 있는지 미처 몰랐네. 

우리 집은 정말 동물농장이었구나.


새벽 다섯 시면 어김없이 주황꼬리새와 여러 종류의 새들이 아카펠라로 나를 깨우고

어떤 날은 어디선가 닭소리도 울려오는

이곳은 도시 한복판 하노이 하하하

매거진의 이전글 퉁나이의 생선구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