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센 겨울을 견디어
치밀하고 견고해지느라 애썼구나
게다가 수분을 촘촘히 머금는 것까지
잊지 않았어
널 가장 사랑하는 날 위해
빌헬름 텔의 화살도 꽂히는 순간 반해 버렸을
아삭한 밀도
볼그란 새콤함 속에
샛노란 꿀을 품고 있는 것마저 맘에 들어서
큰일이네
여름에도 종종 발이 시린 나는
물병자리에 태어났다는 운명으로
언 땅을 뚫고
얼음 바람을 견디며 태어난
녀석들이 좋아
스티브잡스가 늦은 겨울에 태어나서는
내 사과를 훔쳐갔지만
그나저나
한글은 왜 사과를 사과라고 했을까
단호하고 용감한 겨울 사과를 보고
마치 딱이라고 느꼈을까
사과는커녕.
이라면,
백설공주의 사과를 먹여줄 테닷
난로 앞에서 아삭아삭
차가운 너를 깨무는 행복함에
게으른 겨울 아침이 깨어나서는
백설공주까지 깨우러 갔다 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