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의 모나리자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죽을 때까지 곁에 두고 아꼈던 작품을 아시나요?
완성의 마지막 붓질을 차마 못 찍고 떠났던 작품이
'모나리자'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 이 작품에 한 층 더 높은 차원의 각별함이 담기게 됩니다.
그래서 그의 모나리자는 우리의 모나리자가 되었죠.
모나리자 모델과 작품 해석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작품의 가치를 결정지은 모나리자의 눈빛, 신비로운 분위기에 대해서만은 의견이 나누일 여지가 없습니다. 여성의 원숙미가 절정에 달했을 때의 눈빛. 화가가 사랑한 여인이었을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이 풍부한 신비로움과 우아함으로 감싸여 있습니다.
어느 화가에게나 그만의 모나리자가 있겠지요...
베트남에도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있었을까요?
고전적 요소를 현대적 감성 위에 정교하게 배치한 거장들의 작품 세 점 소개해 드릴게요.
Lê Phổ (레 포)작가의
'스카프를 묶는 여인'입니다.
현대 실크 회화 기술을 사용한 이 작품은 당시 동아시아의 실크 회화 작품 중 단연 돋보였답니다.
스카프라는 소재를 선택하여 여성의 우아함을 최대치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여인의 투명한 얼굴, 머리에 두른 띠 장식, 검은색 아오자이(주로 베트남 아오자이에서는 보기 드문 색상을 선택했습니다), 흰색 베일, 동서로 펼쳐져 중국 남부와 베트남을 경계 짓는 자연의 장벽이라 불리는 통킹 산맥 풍경을 배경으로 한 초목등이 이 작가의 독창성으로 이 작품에 녹아 있습니다.
'스카프를 묶는 여인'은 2021년 홍콩 경매에서 111만 달러에 판매되었습니다.
(작품의 가치를 경매 가격만으로 매길 수 없지만 레오나르도 다 빈치 모나리자의 경제적 가치에 버금가게 회자되는 베트남의 여인 초상화를 소개해 보고 싶어 경매가를 설명드립니다. 물론 모나리자의 경매가를 따라갈 수는 없지만요.)
두 번째로 소개드릴 작품 역시
Lê Phổ (레 포) 작가의
'작약과 여인'입니다.
서양과 극동의 중간 지점에 있는 이 작품은 레 포가 터득한 완벽한 혼합주의를 훌륭하게 보여줍니다. 서른 살부터 죽을 때까지 프랑스에 정착했던 레 포는 서구 문화의 모든 본질을 포착하여 극동의 전통과 능숙하게 통합했습니다.
이 어린 소녀에게서는 르네상스 미술의 전통을 따르면서도 보다 우아하고 세련된 표현을 추구했던 16세기 매너리즘 화가들의 여성 초상화의 기교를 연상시키는 부드러움과 우아함이 물씬 풍깁니다. 테이블 위에 정교하게 놓인 조개껍질은 이 작품에서 풍기는 여성성을 더욱 강화시켜 줍니다. 사랑의 여신이자 여성의 아름다움의 대명사인 비너스의 속성인 조개껍질은 서양 문화에서 소중한 상징물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극동 지역의 다른 요소들이 이 구성을 완성합니다. 여성이 입고 있는 아오자이와 머리 장식을 통해 작가의 고향인 베트남을 연상시킬 수 있지요. 어린 소녀의 용모, 피부색, 머리카락은 아시아의 아름다움을 반영합니다. 두 문화 모두에서 높이 평가되는 붉은 작약은 서로를 연결해 주는 매개체가 됩니다. 생동감 넘치고 혁신적인 레 포의 팔레트를 엿보는 설렘이 큽니다.
숙련된 기술과 다양한 영향을 통해 레 포 작가는 그의 재능이 최고조에 달하는 1930년대에 이 두 작품을 선보입니다. '작약과 여인' 작품은 아구테스 경매장에서 136만 달러에 거래되었답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레 포 작가의 작품들이 세계 최고 경매 회사인 '소더비스'에서 수백만 달러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세 번째로 보여드릴 작품은
최근 베트남 화가 작품 중 최고가를 낙찰하여 310만 달러에 판매되었다는
Mai Trung Thứ (마이 중 투) 작가가
어릴 적 보모를 그린
[프엉 부인의 초상화]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 프엉 부인의 보살핌을 받았으며, 이 경험이 작품 창작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어린 시절 보모였던 프엉 부인에 대한 애정과 감사의 마음을 표현한 것인데 Mai Trung Thứ 마이중투는 베트남 매너리즘 미술의 대표적인 화가로, 그의 작품에는 개인적 경험과 감정이 잘 반영되어 있습니다.
짧은 커트머리를 하고 옥색 빛깔의 아오자이를 입은 베트남 여성이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 오는 걸 느끼지 않으세요?
어린 마이중투가 그녀로부터 느꼈을 안온함이 전해져 옵니다. 그가 선택한 은은한 색채에서는 기품이, 여인의 단아한 검은 머리칼과 표정과 자세에서는 당당함이, 금 목걸이와 검은빛 옥 팔지 그리고 얌전히 수 놓인 마젠타 빛 실크 구두의 매치에서 남다른 패션 감각이 느껴집니다. 프엉 부인의 남다른 패션 센스였을지 그녀를 최고로 아름답게 만들어 주고 싶었던 화가의 마음 씀씀이인지 알 수 없지만요.
Sotheby’s (소더비스)가 “여성 내면의 힘과 아름다움을 잘 표현한 부드럽고 친밀한 그림”이라고 소개해 주면서 외신들로부터 ‘베트남의 모나리자’라는 별명을 얻게 된 작품입니다. 옆면 위주로 그려 온 이전의 초상화들과 달리 시선을 맞추고 감정을 나누고 교감할 수 있는 정면 초상화를 최초로 시작했던 레오나르도 입장에서 보면 레포의 작품보다는 마이중투의 작품이 더 모나리자 답다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1930년대의 길목에서 만난
베트남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들
르네상스시대와는 또 다른 색감으로 아름다운 초상화를 남겨 준 거장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