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uyến tàu lãng mạn (떠우 랑만)
베트남에서 참 멋지다 여겨지는 문화 중 하나는 매 학기마다 학부모의 기획아래 진행되는 학급 여행이다. 보통 한국의 학교에서 소집되는 여행이라 하면 수학여행인데, 베트남은 학기말마다 학부모들이 직접 나서서 학급여행을 주최한다. 어쩌면 모든 학교의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르지만 막내가 다니는 베트남 국제학교인 이곳에선 1학년 때부터 이런 문화가 있어왔다. 여행에 담임 선생님이 동행하긴 하지만 이동수단부터 호텔 예약 및 모든 여행 일정은 학부모들의 주관하에 이루어진다. 이렇다 보니 담임쌤은 귀빈이 되어 아이들과 친구처럼 어울려 여행을 즐기고 각 반의 아이들은 서로의 여행지에 대해 부러움을 내비치기도 하고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한다. 내 아이 하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매년 새롭게 조합되는 학급을 위해서 쏟아붓는 엄마들의 노력이 온 학급의 모두를 행복하게 한다. 이런 경쟁 정말이지 너무 괜찮다. 또 하나 놀라운 것은 엄마들의 역량과 적극성도 당연하지만 아빠들의 참여도도 대단하다는 것이다. 학교 행사 때는 물론 학급여행에도 아빠의 참여도 비중이 무척 높다. 이번에도 주말이 끼었긴 했지만 사업가 의사 직장인등 다양한 직업군을 가진 아빠들이 휴가를 내고 참석했다. 초등 1, 2 학년까지는 그럴 수 있다 생각했다. 하지만 아빠들의 동행은 무려 8학년까지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으니 볼 때마다 베트남 아빠들은 참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에 적극적이구나 싶다.
학급여행으로 주로 하노이 근교 리조트로 1박의 여행을 다녀오곤 했는데 이번엔 2박 3일 일정의 사파 여행이다. 오랜만에 우리 부부도 참여했다. 이번에 가면 내게는 여섯 번째 사파여행이 되지만,
‘사파 어게인’은 내심 설렌다
불과 몇 달 전 가족들과 이미 사파를 다녀오기도 했고 해서 막내에게 이번엔 다른 부모님들도 가시니까 친구들과 그냥 너 혼자 다녀오는 건 어떨까 물었다. 처음엔 그러겠다 하더니 며칠이 지나 다시 묻는다.
“엄마 진짜 같이 안 갈래?” 다시 물어주는 그 모습에 갑자기 마음이 찡~. 8학년인 막내가 어쩌면 같이 가자 해주는 것도 올해가 마지막일 수도 있겠단 느낌적인 느낌이 덜컥. 사춘기 아들이 불러줄 땐 무조건 가야 한다~
2006년 첫 사파 여행 때 밤 기차 여행을 한 이후로 쭉 사파는 자동차로 여행을 했다. 왜냐 기차로는 7시간이 넘게 걸리지만 차로는 4시간 컷이니까. 하지만 덜컹이는 밤 기차 낭만에 7시간을 내어 주는 건 결코 후회될 일이 아니다. 정말 오랜만의 기차 여행길에 설레었다. 최근 풍향고 프로그램에서 유재석 황정민 지석진 양세찬 네 명이 사파 기차 여행을 하는 영상이 떴다. 맞지 맞지 하노이 기찻길 여행 그리고 사파로의 기차여행은 잊지 못할 추억이지하며 맞장구를 치며 본 지 며칠 사이에 내가 사파행 기차에 타고 있을 줄이야. 4인 침대칸에 아들이 같이 자기로 꿀떡같이 약속했는데 기차에 타자마자 친구들이 자기와 자고 싶어해서 어쩔 수 없다며 냉큼 가버렸다. 그 덕에 우린 역 대합실에서 막 인사를 나눈, 만난 지 삼십 분 밖에 안된 학부모 부부와 룸메가 되어 보자마자 한 공간에서 함께 잠을 자야하는 일이 벌어졌다. 오기 전엔 미처 상상하지 못했기에 살짝 당황했지만,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은 좀 어색하긴 해도 즐거운 법이니까.
예전 가족들과 갈 땐 기차에서 컵라면을 끓여 먹던 기억이 그리 좋았어서 컵라면을 꼭 다시 끓여 먹겠노라 사들고 왔지만 기차 멀미를 한다고 미리 멀미약을 들이켜는 룸메 앞에서 신났던 컵라면은 조용히 잠을 청하고… 대신 함께 준비해 온 커피를 프렌치 프레스에 내려 함께 마셨다. 덜컹이는 기차 안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새로운 베트남인 부부와 친해지는 새롭고도 즐거운 밤이었다.
하노이 기차역에서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하노이 시내의 그 유명한 관광코스인 기찻길을 지나가게 된다. 늘 아래서 기차가 지나가는 걸 보다가 기차 위에서 내려다보는 기찻길 풍경은 또 새롭다. 밖에서 볼 때와 안에서 내려다볼 때가 또 완전 다른 느낌인 줄 몰랐다. 창문의 프레임 안에서 늘어선 카페들의 각양각색 네온 장식들이 빠른 속도로 행진한다. 마치 유성만화의 필름이 넘어가듯.
그렇게 낭만 가득한 기차를 타고 사파에 도착하여 즐거운 여행을 즐기고 이제 하노이로 다시 돌아가는 차 안이다. 베트남 학부모들과 간 사파 여행은 그간의 여행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해 주었고 언젠가가 될 일곱 번째 사파는 물론 자동 예약이다.
다른 학부모들과의 만남이 즐거웠던 남편이 다가오는 여름엔 한국으로 가는 게 어떻겠냐고 작은 공을 쏘아 올렸다. 다들 고민할 새도 없이 ‘오~ 한국 여행 너무 좋지’하며 덥석 잡는다. 이분들의 추진력이라면 정말 다가오는 여름엔 우리 모두가 한국에 있을 것만 같다.
사파행 기차 이야기를 쓰다 보니
하노이 기찻길 여행자되어 설렘을 느끼던 어느 오후가 생각난다.
오늘은 기차로 시작해 기차로 마무리해야겠다.
기차가 지나가는 오후 3시 즈음의 디엔비엔푸 철길
한 달 전 미국서 놀러 온 사촌언니와 함께 하노이 기찻길로 놀러 나갔다. 기찻길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낮에도 화려한 네온사인들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언니도” 여긴 진짜 꼭 와봐야 할 곳이구나“히며 감동을 한다. 기찻길 따라 줄 선 카페들엔 하노이 여행을 온 각국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모두 이곳으로 모여든듯하다. 그 북적임과 기차를 기다리는 신나고도 설레는 그 마음들로 가득 찬, 무척이나 활기찬 그 분위기에 압도된다. 굳이 거길 왜 가나 싶지만 직접 가봐야만 그 살아있는 기찻길의 느낌이 명확해지는 곳이다.
역무원들의 다급한 호루라기 소리를 따라 기차가 들어오기 시작한다. 내 옆을 통과하며 달리는 기차가 다 지나갈 때까지 꼼짝 말고 벽에 기대어 서있는다. 기차와 내 어깨와의 간격이 불과 한 뼘도 안 되는 것 같은 꽤나 가까운 간격과 생각보다 무척 빠른 속도로 달려 나가는 기차에 털이 쭈뼛선다.
생각보다 무섭고
생각할수록 움츠러드는 기찻길
옷깃도 심장도 쫄깃해진다.
행여 옷깃이라도 낄까, 앞에 있는 누군가가 다치는 일을 겪지는 않을까 기차가 모두 지나갈 때까지 숨죽여 기차의 꼬리를 기다린다.
기차의 뒤꽁무니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다시금 여행자들의 안도의 무브가 시작되는 기찻길.
뒷모습이 멀어질 즈음에야 접었던 카페 테이블을 펴고 앉아 달콤한 망고스무디 한 잔을 들이키며 마음을 진정시켜 본다. 긴장했던 신경들이 차분히 제 자리를 찾으면 다른 거리를 둘러보러 슬슬 이동하게 된다.
하노이 기찻길 위에는 연인을 찍어주는 다정한 커플들의 모습과 여행에 설레고 신이 난 표정들로 가득하다. 자유로움 활기참 모든 추억의 소리들이 칙칙폭폭 기찻 소리와 함께 레일 위를 울리며 지나간다.
낭만을 가득 싣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