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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틸다 하나씨 Dec 20. 2024

구름 나라 우롱차 언덕


올해 여름 사파의 날씨는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있겠냐며 부심을 부렸다. 푸른 하늘 연극 무대의 커튼콜인양 빠르게 열렸다 닫혔다 하던 두툼한 구름들이 정신을 못 차리게 환상적 뷰를 선물했었다. 아래에서 위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다채로운 구름을 구경시켜 주던 사파의 하늘은 기립 박수를 쳐주고 싶은 한 편의 뮤지컬 같았고…


하지만 늘 항상 맑을 수만은 없는 법.

겨울 사파는 이틀 내내 일명 곰탕뷰라 불리는 구름에 포옥 담겨 있었다. 인생에서 한 치 앞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진정 무슨 느낌인지를 온몸으로 가르쳐주기라도 하듯이. 낮에도 안개등이 필수인 버스의 차창 밖은 1미터 앞도 내다볼 수 없었다. 시선을 아무리 길게 쏘려 애써보아도 앞을 알 수 없는 두려움은 시야를 덮었고… 뒷 좌석에 앉아서 기사님 따라 괜한 헛 브레이크 발길질을 하느라 발목만 시큰. 하지만 감사하게도 진한 여운이 남은 여행을 안전하게 마치고 돌아온 나는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이틀 내내 그 웅장한 사파 뷰 한 컷이 보이질 않으니 아쉽고 답답한 마음도 있었지만 그 덕에 우린 농밀한 구름 나라를 여행했다. 원래 이런 속에서 또 평소엔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도록 더 깊고 진하게 시선의 밀도가 조정되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는 축복의 여행이 된다.


sapa cherry blossom oolong tea hill


구름 바로 아래

아니 어쩌면 구름 마을 속에 자리 잡은 우롱차 밭.

신비로운 우롱의 나라가 하얗게 떠는 듯 보였지만 벚꽃 나무들을 친구 삼아 외롭지는 않은 듯했다.



녹빛의 우롱 나무 위 보라꽃이 은은하고.

몽환적인 하얀 질감의 구름은 차 언덕을 살포시 감싸 안아 준다.



우롱 차밭을 나서는 길목에는 연기 폴폴 나는 티팟을 기울여 차 한 잔을 또로록 따라 건네준다. 쌉쌀 씁쓸하게 혀 끝을 적시는 따듯한 우롱차 한 모금에 추위가 모두 녹아버리고 스카프 위에 송글송글 맺힌 빗방울들은 구슬처럼 반짝였다.


oolong tea ©pinterest




돌아오는 차 안에서 사파의 우롱 차밭을 검색해 보았다가 화들짝 놀랐다. 이곳이 원래는 꽃주홍빛 벚꽃에 초록 우롱나무가 어우러져 알록달록 화려한 걸작을 만들어 내는 곳이었다니…


11월 초부터 2,3월 사이에 벚꽃이 만개를 한다는 데 12월 중순에 애석하게도 꽃잎은 진 것인지… 어쩌면 아직 피어나지 않은 것인지…


언젠가 이리 눈부신 우롱 언덕도 마주할 날도 있겠지. 아쉬움 머금어본다.


sapa sakura oolong © Inside vina
cherry blossom on the tea hill © vietnamnet


초록 주홍빛 그라데이션이 눈부시게도

구름빛 담은 희뿌연 언덕이 몽환적으로도

때를 따라 아름다운 곳


구름 속 고요한 나라

겨울 사파의

우롱 언덕은

신비롭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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