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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틸다 하나씨 Jul 11. 2024

연꽃 실크

자연의 값어치

진흙 연못에서 자라나는 연꽃은

강인함, 순수함, 우아함을 상징하는 베트남의 국화(國花)입니다.


연꽃 줄기에서 추출한 섬유로 만든 로터스 실크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원단 중 하나랍니다.

그만큼 추출량이 희소하고 제조 방식이 어렵고 까다롭다는 뜻일 겁니다.




베트남은 도자기마을, 향 마을, 실크 마을, 자수 마을, 옻칠 마을 등등 수공예 특산품을 만드는 마을이 크고 작게 5000여 곳이나 됩니다. 오천여 개의 공예 마을이 존재하는 나라라니... 실로 대단하지요.


그중 한 마을 Mỹ Đức(미 득) 현 Phùng Xá(푸엉 싸) 실크 직조 마을에 살고 있는

PHAN THỊ THUẬN (펀 티 투언)이라는 명주 방직 장인을 소개할게요.


여섯 살 때부터 누에고치 재배와 뽕나무 열매 따기를 도우며 자라난 그녀는 4대의 가업을 이으며 선조들의 실크 직조 기술을 보전하고 계승하였을 뿐 아니라,

나라를 상징하는 연꽃대에서 섬유를 추출하여 베트남 최초로 연꽃 실크 원단 방직 기술을 창조해 낸 탁월한 장인입니다.

로터스 실크 창시자이기만 할까요.

1970년대만 해도 '누에 재배 수도'로 불리던 푸엉 싸 마을 사람들은 80년대에 들어 쇠퇴하게 된 베트남 실크 산업의 타격을 견디지 못해 모두가 쌀농사로 전환하게 됩니다. 그녀는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거리에서 뽕잎을 모아 자전거에 싣고서 호아빈까지 옮겨갑니다. 그곳에서 뽕잎을 키우고 누에를 생산하며 실크 직조 전통을 지켜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의리의 여인이었습니다. 그렇게 뚝심 있게 실크 전통을 지켜 내어 온 그녀를 시대는 배신하지 않습니다. 다시 도래한 베트남실크 산업의 부흥 속에 그녀는 여름날의 연꽃처럼 만개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새로운 형태의 실크를 구상해 왔어요. 어느 날 연꽃을 따러 갔다가 우연히 꽃줄기를 잘랐는데 줄기에 달라붙어 있는 명주실 같은 흰색의 긴 섬유질을 보고 이 섬유질을 비단으로 엮어야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라고 그녀는 말합니다.

베트남 국화의 영혼을 실크 조각조각에 담아내고 싶었다는 그녀는 실크 세계에 '연꽃 실크'라는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게 됩니다. 그런 그녀를 푸엉 싸 마을 사람들은 'Dân làng thường yêu mến gọi bà là người vấn vương với những sợi tơ' '비단에 얽힌 사람'이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하지요.


이런 그녀는 실크 전통 공예의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로 시 인민위원회로부터 "뛰어난 장인" 칭호를 얻게 됩니다. 일본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베트남 대표 선물로 선정되며 국제적으로 연꽃 실크를 알리는 계기를 얻기도 하였습니다.


지칠 줄 모르는 노력으로 푸엉 싸 실크 마을의 정체성을 이어왔기에

사랑받고 존경받는 그녀는 지금도 여전히,

다음 세대가 이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실크 산업을 계승해 갈 수 있도록 열정을 다해 기술을 전수하고 있습니다.




연꽃 실크(Lotus silk)는 이렇게 만들어집니다.

연꽃대에서 추출하는 실크 섬유


연꽃의 줄기를 비틀어 채집한 실 섬유로 실크 원단을 가공합니다. 이 실 섬유는 채집 후 바로 건조되고 수축되어 섬유가 손상되기에 24시간 안에 실을 직조해야 한다고 합니다.

약 5000개의 연꽃 줄기를 비틀어도 400g이 채 안 되는 실크 섬유를 얻게 된다고 해요. 숙련된 작업자가 세심한 작업 과정을 반복하여 하루에 섬유를 추출할 수 있는 연꽃 줄기수는 200~250개에 불과합니다. 오천 개의 연꽃 줄기를 비틀어 섬유를 추출해 내면 비로소 길이 1.7m, 폭 0.25m의 스카프 한 개를 완성하게 됩니다. 실크가 아니라 인내의 인간을 직조해 내는 일이지 싶습니다. 대단한 공이 담긴 스카프가 되는 것이지요. 게다가 연꽃의 개화 시기는 여름으로 한정되어 있기에 사계절 내내 원료를 얻을 수 없으며, 꼼꼼하고 정교한 수작업을 통해서만 매우 소량의 실크를 추출해 낼 수 있다는 점이 이 섬유가 비싼 원단으로 거듭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동물털로 직조하는 캐시미어등의 원단과 달리 식물에서 얻는 희귀원단의 최고봉은 연꽃 실크가 아닐까 싶습니다.


연꽃잎으로 만든 전통모자 논라와 연꽃에서 추출한 명주실


그녀의 공장을 둘러볼게요.

노란 꽃으로 물들인 연꽃 명주실들이 부드러운 광택을 뿜어냅니다. 이 실타래들이 엮이고 엮여 얼마큼의 값어치를 창조해 낼지 기대가 됩니다.



그녀는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연꽃을 따고

실크를 뽑아냅니다.

그녀의 웃음에 행복함과 자부심이 가득합니다.


연꽃대에서 추출한 섬유질은 베이지 빛 크림색에서 점점 건조될수록 하얀색으로 변해간다고 합니다.

자연에서 얻는 재료에는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신비함이 깃들어 있어요.

장인의 손은 참 아름답습니다

한 타래의 연꽃 실크 실이 탄생하기까지

그 안에 스며든

노력과 자부심은 실로 대단합니다.

무엇이든

그냥 볼 때는 모릅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노고와 예술혼을 알고 보면

다르게 보입니다.

그래서

모든 장인의 예술품 앞에서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오늘은

자연의 신비와 인내의 대단함을 가득 머금은

장인의 연꽃 실크 스카프를 두르고

연꽃이 만개한 연못가를 걸어보렵니다.

하늘땅 향기가

보드라운 광택을 내며 찰랑거릴 테지요.






Photo extracted from:


https://e.vnexpress.net/news/life/trend/the-art-of-making-silk-from-lotus-stem-4306959.html

https://thanhtravietnam.vn/van-hoa/nghe-nhan-phan-thi-thuan-dua-thuong-hieu-to-tam-to-sen-viet-nam-vuon-ra-quoc-te-198611.html

https://nongthonmoihanoi.gov.vn/tin-tuc/nghe-nhan-uu-tu-phan-thi-thuan-nguoi-hoi-sinh-cho-nghe-det-lua-tai-phung-xa-2187

https://vinpearl.com/

https://laodong.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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