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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틸다 하나씨 Feb 07. 2023

의자에 대한 단상斷想


조셉 코수스의 <하나이면서 셋인 의자 One and three Chairs(1965)>와 반 고흐의 <의자(1888)>는 시각적 이미지와 언어적 이미지의 조합을 전유하며 그 본질에 대해 질문한다.


조셉 코수스의 작품은 고작 몇 초 동안 작품을 바라보고는 이게 예술이면 나도 하겠다라고 말하는 미술관 관객들에게, 2차원 공간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암시의 형태로 작품을 모방한 사진과, ‘Chair’라는 단어의 의미론적 함의를 풍부하게 하기 위해 텍스트를 시각적 이미지와 함께 배치함으로써 무엇이 의자의 본질인지 고민하게 해준다. 그래서 ‘하나이면서 셋인 의자’(One and three Chair)제목 그 자체가 감성과 개념 그리고 본질 사이의 모든 것을 말해 준다. 별 거 없어 보이는 그 자리에 오래도록 머물게 하면서 많은 생각을 선물한다.

고흐의 의자는 그의 방 안에 평범한 물체인 의자와 담배 파이프를 통해 초라하고 고뇌가 가득한 그의 삶과 감정의 상태, 혼자인 외로운 상태, 죽음의 암시까지 담아 두었다. 그림을 시각적으로 볼 뿐인데 그의 감정 상태가 책처럼 읽혀진다. 날 것 그대로의 나무통을 연필 깎듯이 깍아내어 붙여 만든 것 같은 네 개의 의자 다리는 꾸미지 않은 고흐의 성격을 말해주는 것도 같다. 그의 의자는 굵고 견고하게 그의 외로움을 지탱해 준 유일한 친구가 아니였을까.


이지적인 고갱을 위해 그린 의자 위에는 촛불과 책을 올려 두었다. 우아한 팔걸이와 딥그린의 벽과 조화를 이루는 럭셔리한 카펫을 의자 아래에 깔아 주기도 했다. 고갱과 성향은 너무 맞지 않았지만 그를 우러러본 고흐가 보인다. 자신의 의자와 고갱을 위한 의자의 이토록 ‘다름’이 마음을 쓰리게 한다.


적색 타일 바닥과 민트벽의 방 안에 놓인 노란 고흐의 의자

고급스런 카펫위의 기품 있는 고갱의 의자

회색 바닥과 흰 벽의 공간에 툭 놓인 평범하기 그지 없는 조셉 코수스의 갈색 나무 의자


차갑고 건조하고 혹은 따듯하고 매우 조용한 공간에 놓여진 각각의 의자는 모두 알 수 없는 공허함, 외로움으로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동시에 무언지 모를 위안과 편안함을 전해 준다

 

의자라는 대상물이 가진 그 편안함의 본질이 위안을 극대화하는 것 같다. 모든 의자는 그 앞에 서는 이에게 여기에 한 번 앉아 본다면 당신의 삶을 읽어주고 위로해 줄게요 라고 말하는 것만 같다. 의자라는 정의를 쓴 텍스트에는 ‘위로를 주는 물건’이라 쓰여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위로를 얻게 하는 대상물 이라는 것이 참 독특하다. 이런 의식과 감정을 들게하는 의자가 가진 은유, 그 메타포는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카페 테이블 앞의 빈 의자는 기다림을

집에 있는 의자는 안락함을

식탁 의자는 허기를 채워주고 함께함의 의미를

공원의 의자는 쉬어감의 의미를

로쉐보보아의 소파는 부의 표식을

정호승 시인의 낡은 의자는 당신의 가난한 의자가 되어줄 의지를.

의자는 의자라는 본질 그 자체로 우리에게 참 많은 변주곡을 들려 주는 것 같다.


8. Jan. 2023

Hà Nộ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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