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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틸다 하나씨 Feb 07. 2023

한 사람의 아내가 된다는 것은

Signed Sealed Delivered


보드랍고

포슬한 깃털이

바람에 산들대고

꽃닢처럼 사랑이 흩날리는 시절에

I’m yours로 승인 한다는 것


분명, 깃털같던 사랑이였건만

그 두 음절의 참 무게는

돌 산

만했던 것임을

해의 겹이 쌓여갈수록

비로소

점점

선명히 알게 되는 것


<고린도전서 13:4-8 KRV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투기하는 자가 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치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사랑은 언제까지든지 떨어지지 아니하나 예언도 폐하고 방언도 그치고 지식도 폐하리라>


한 가지 지키기도 어려운 것을

열 다섯가지나 지킬 수 있어야

그것이

사랑이라 하니까


모든 것이 폐한다 해도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것의 결정체를

소유한 자가 되려면

이 정도는 해내야 한다하니까


인간이 닿을 수 없는 영역에서

신에게 과대평가를 받은 것만 같으니까


그 무게에 짓눌리고 짓놀라서

도망쳐 버리고 싶었지


하지만

우리는

한 사람의 아내가 되어서

한 사람의 남편이 되어서


해를 더해 갈수록

참을 수 없는 가벼움으로

서로의 존재를 빚어가고 있는 건 아닌지,

돌멩이를 하나 맞으면

열개는 되갚아 던져 주고도

여전히 씩씩거리기를 멈추지 않는지,

동정의 표를 더 많이 획득하기 위한

합리화의 리스트를 잔뜩 쌓아 올리고 있는 중은 아닌지,


조용히

스스로에게만

묻자

나의

대단한 이기에 대하여


그리고

묻자


사랑은

사랑은…


해본적이 있느냐고


이 질문은

반드시 답할 수 있어야한다!


12.Jan.2023

Hà Nội


__소녀가 사라져가고 억센

아줌마가 되어가고 있다고 불평을 하는 한 남자에게

아저씨도 아닌 할아버지라고 응수해 주고 있는 한 여자의 자기 반성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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