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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틸다 하나씨 Feb 09. 2023

우리는 ‘생각’에 관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던가

“Thinking fast and slow”_Daniel Kahneman


 원서 번역본 중 원탑으로 인정하게 되는 책 제목이다. 심리학자로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니얼 카너먼의 역작 ‘Thinking Fast and Slow’의 번역서.

옮긴 이 이창신 씨는 이 원제를 보고 어떻게 저걸

‘생각에 관한 생각’이라고 번역하려 했을지

제목 하나로 이미 감동을 한 책이다.

심지어 표지 디자인 변경도 신의 한 수였던 듯. 원제의 표지는 고뇌로 깨물린 연필인데 번역서의 표지는 통조림 속에 담긴 사람들이다. 통조림 속에 담긴 인간들이 있다면 그걸 바라보는 외부의 관찰자적 인간도 있다는 것. 나는 그 관찰자가 되고 싶은 강한 열망을 갖고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질문한다.


 우리는 ‘생각’에 관한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던가


 System1과 System2로 인간의 생각 구조를 분류하고 연구한 대니얼 카너먼의 저술 내용까지 감탄이어우러져 읽은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오늘도 여전히 다시 꺼내 읽어보고 싶은 책. 원서의 두께는 불과 3c m 남짓인데 번역서의 두께는 두 배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한국어 책이 갖는 여백과 폰트의 특성을 계산하더라도 이건 너무 다른 계산이 나오는 사이즈라 나를 정말이지 너무 궁금하게 했던 책이다. 누군가는 번역이 이상해서 이해가 안 된 부분이 많다고들 하지만 내 보기엔 원서의 내용을 번역가가 깊이 심취해 음미했고 그것을 가장 공들여 한글로 의역해 낸 최고의 번역서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한글 언어 능력 중 글의 감미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 아닐까. 나는 이창신 번역가에게 무한 물개박수를 전송한다. 누군가 그분을 아신다면 내 진심 어린 감탄을 꼭 전해 주시길 ㅎㅎㅎ


 나와 다른 인간들의 생각 구조가 도무지 이해 안 될 때 그리고 나 자신이 무의식 중에 편향에 치우쳤음을 문득 깨달을 때, 혹은 내가 편향된 것조차 모르고 혼자 잘났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건 아닐까 더럭 겁이 날 때, 난 늘 이 책이 생각난다. 나는 내가 상당히 논리적이고 직관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우리 아들은 날 상당히 감정에 치우친 사람으로 본다. 모든 것에 이유를 댈 수 없다면 그것은 감정에 치우친 것이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내가 느끼는 나 자신과 아들이 보는 내가 극과 극으로 다른 이유를 찾아보려고 이 책을 다시 꺼내 들어 먼지를 털었다. 내가 착각을 하는 걸까 아들이 착각을 하는 걸까. 누구나 내 자아는 내가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한다. 네가 날 어떻게 다 안다고 판단하냐고 얼굴이 벌게지면서까지 반문하곤 하지만, 분명히 내 안에는 ‘나에게 낯선 나’가 존재하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걸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지배적인 기류는 인간의 어림짐작(Heuristics)과 편향(Biases)이다.


 ‘어림짐작’은 경험을 바탕으로 막연히 추측하는 것이라, 그러다 보니 예상 가능한 편향(체계적 오류)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오류들은 스스로도 눈치채지 못하는 게 보통이다. 그리고 편향은 어림짐작의 증거가 된다. 이 책은 사람들의 생각에 나타나는 체계적 오류를 밝혔고 그 오류의 원인을 사고를 방해하는 감정이 아닌 타고난 인지 체계에서 찾았다. 카너먼은 인간의 생각 구조를 판단과 선택에 관여하는 두 가지 시스템으로 분류해서 보고 있다. 빠른 속도로 저절로 작동하는 System 1과 느리지만 신중하게 의식적으로 조정되는 System 2. 그리고 인간 정신의 당혹스러운 한계까지 다루면서 모든 것의 밸런스를 맞추고 있다. 대단히 흥미로운 연구이고 발견이다.


 엄마는 바이아스 됐다고 질책하는 아들과

네가 어림짐작하는 거라고 받아치는 엄마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 꼰대, 틀딱이라는 수식어를 얻고 살지 않으려면 바짝 깨어서 내 생각의 근원과 방향을 감시해야만 한다. 밑도 끝도 없이 나를 신뢰하고, 내가 믿는 바만 옳다고 맹신하며 한 인생을 살면 ’ 사람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 ‘라는 전제를 가볍게 증명하는 노인네가 돼버릴 수밖에 없다.


 사람은 바뀔 수 있다.

인간이 성화될 때만 온전히 거듭날 수 있다는 진리의 전제가 수반되지만 그건 100%를 뜻하는 것.

노력으로도 80% 정도는 개선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쥐도 새도 모르게 나를 지배하는 편향이 분명히 존재하므로 카너먼의 연구를 되새기며 편향을 줄이려고 노력한다면 분명 인식하는 자아와 기억하는 자아와 경험하는 자아 사이의 간극을 줄이고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편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그의 제안이 구체적으로 궁금해진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생각의 선상에서 나를 감시하며 꾸벅이라도 졸지 못하게 하는 엄마의 파수꾼 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내용이 어떠하든 어른으로서 일관된 자존심을지켜야 엄마의 권위를 지키는 줄 착각했던 나의 쓸데없는 우김이 많이 줄었다. 엄마가 이건 틀렸다고 냉정하게 말할 때, 욱하지 않고 얼음을 주먹에 쥐고 한 바퀴 큰 호흡을 하며 돌 듯 선침묵 후성찰의 카드를 선택하게 된 나의 발전에 감사하다. 내가 맞다고 믿고 살아 온 것들도 뒤집어 보며 경계하고 또 경계하며 살고 있으니 어림짐작하고 편향된 꼰대 줏대에혼자만의 자부심까지 느끼는 그런 노모는 안 되겠지


 백발이 되어서도 자기가 듣는 아이팟 한쪽을 여전히 내 귀에 끼워주고, 생각이 복잡해 질때면 운전대를 엄마 집으로 돌리는 아들을 둔 그런 엄마로

나는 살아가고 싶다.



#생각에관한생각 #thinkingfastandslow #잘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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