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풍경을 행복하게 한다
Emma Nissen의 ‘Breath’가
귓가에 흐를 때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스쳐감마저
사랑스럽기 그지없다
노트르담 대성당을 닮은
Saint-Joseph 성당으로 가는 길
크리스마스트리를 기대했는데
11월 끝자락은 아직 이른가 보다
한적한 응오꾸옌 거리를 돌아서기 시작하면
색다른 올드쿼터가 시작된다
물담배를 피우며 에그 커피를 마시는 외국인의
자유가 멋있다
차 없는 도로가 되는 주말이면
더욱 북적이는 호안끼엠에는
생동감과 활력이 길을 가득 메운다
호기심에 반짝이는 여행자들의 눈동자와 마주칠 때
나도 덩달아 미지의 길을 여행하는 기분이다
모두 이곳으로 몰려온 것만 같은
사람들의 물결에 놀랍다가도
미증유의 시간을 담았던 코로나 시절
굳게 내려간 상점의 셔터 위에
몰래 락커페인팅을 하고
도망간 흔적들이
슬플 정도로 적막했던
호안끼엠이 떠올라
이 북적임과 요란함마저
더욱 감사해진다
저 할아버지들은 찰흙으로
백개도 넘을 듯한 막대 인형을 만들어 나오느라
며칠이 걸리셨을까…
주머니 두둑하게 하노이 비어집으로 퇴근하시면 좋겠네
둘이 둘이
한적한 데이트를 즐기는 저들의 뒷모습에
문득
타국에 떨어져 사는 내 친구들을 향한
그리움이 짙어진다
걷고 또 걸으며
그리움마저 위안이 되고
호흡이 되는
나의 호안끼엠
초저녁의 조명이 켜지고
길을 걷다 목이 마른 사람들은
장띠엔 아이스크림을 놓칠 수 없어 줄을 서고
나는 길가에 서서
집에 돌아갈 차를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