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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틸다 하나씨 Nov 21. 2023

응우옌 할아버지의 맛있는 작업실

하노이 시내에서 40분쯤 달려 나가면 외곽에 자리 잡은 도자기 마을 밧짱 (Bát Tràng)에 도착한다. 

몰랑한 흙을 빚어내는 도공들의 순수한 마음이 만들어낸 예술의 마을이다. 

다양한 도자기 상점들을 따라 걷다 보면 감성 가득한 베트남 예술가들을 발견하게 되는 기쁨을 누리게 되는데

이 마을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까.


이름마저 딜리셔스 세라믹인

응우옌 할아버지의 맛있는 작업실을 만나게 된 날 한참을 이곳에 머물렀다. 

이 할아버지가 빚은 도자기에 담기는 무엇이라면 돌멩이도 맛있는 떡이 될 마법을 부릴 것만 같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할아버지 할머니가 된 사람들은 참 부럽기도 하지

나는 언제 나만의 작업실을 가져보려나

백발을 날리며 나무 톱질을 하고 있어야 할 텐데

어서어서 분발하자



어린 시절 재미도 없는 그릇 상점에서 오래 머물던 엄마의 옷자락을 

얼마나 잡아당기며 그만 가자고 조르곤 했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 딸은 옷 쇼핑보다 그릇 쇼핑을 할 때

더 신이 나고 행복한 아줌마가 되어 있다니…

외식을 싫어하는 남편 덕분에 나는 모든 나라의 음식을 집에서 만드는 여자가 되었다. 

매일 새로운 음식을 하다 보면 가끔 힘도 들지만

해외 생활 삼십 년도 훌쩍 넘었으니 집밥만 고수하는 그 맘도 이해가 되어 더 힘을 내어본다.

창밖에 울창한 초록 나무가 우거진 나만의 작은 숲, 나의 주방마저 내게 행복과 힐링을 주니까.

미각이 뛰어난 남자들과 사느라

맛있는 음식들을 더 반짝거리게 할

도자기 그릇들이 예사롭게 보이질 않는다.

나의 주방으로 이사 갈 녀석들이 어디 숨어 있나 눈을 크게 뜨고 둘러본다.



작업실의 뒤뜰에 귀엽게 앉아 있던 할아버지 손주의 뒷모습 마저 어찌나 귀엽던지…

이런 할아버지의 작업실에서 자라난 손주는 커서 어떤 사람이 되려나~~


밧짱의 딜리셔스 세라믹 ⓒ 마틸다 하나씨


마을 전체가 도자기를 굽는 곳

이런 매력적인 베트남에서 나는 살고 있다.

언젠가 귀국을 하게 된다면

이 시절이 참 많이 그리울 것 같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하노이를 걷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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