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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틸다 하나씨 Nov 17. 2023

망고가 ‘쿵’


길을 걷다가

망고가 ‘쿵’


머리 위로 떨어졌으면 어땠을까 하니 아찔.

내 옆에 주차된 차의 보닛을 날렵하게 점프하고 떨어진 덕에 내 머리도 살았고 그린 망고 한 알도 살았네.


거리마다 망고 나무에서 툭툭 떨어진 낙과들이 흙과 섞여버린 노란 살을 드러내고 있을 때마다 속이 쓰렸건만 대낮에 멀쩡한 망고가 저절로 겟인 마이핸드라니 야홋~오늘은 득템이다.

 


요 녀석 꼭지에서 꿀이 주욱 흐르는 게 아주 맛나겠다.

베트남 사람들은 그린 망고를 고춧가루 섞은 소금에 찍어 먹는다.

더운 날씨에 그만한 나트륨 보충이 없다.

나는 그보다는 새콤한 맛과 향신료의 향을 더 올려주는 멕시칸 타힌 가루에 찍어 먹는 걸 즐긴다. 타힌은 사과나 새콤한 망고와 그리 잘 어울릴 수가 없지. 망고를 획득하자마자 타힌가루 꾹 찍어 한 입 베어 물 생각에 침이 꼴깍 넘어간다.



한 집을 건너서면

부어이(포멜로) 열매도 주렁주렁

몰래 하나만 서리해가면 누가 알까?

앞 뒤를 괜히 두리번거리다

소심하게 빈 손으로 터덕터덕 걷고 있다.

자꾸 뒤를 돌아 부어이를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다.

마이 페이버륏 부어이!

세상 가장 좋은 향기 입자가 터지는 초록 껍질을 벗겨 까면 도톰하고 폭신한 속 껍질이 알맹이를 알차게도 보호하고 있는 정말 볼수록 신기한 과일이다.


아무래도 부어이 나무를 심어야겠다.



파파야 나무를 발견하곤 탐스러운 파파야를 획득하려 신이 난 아빠와 아들의 뒷모습이 사랑스럽다.



어느 고가옥 앞에

정스러운 나무는

무거운 잭푸룻을 떨어 뜨리지도 않고 꼬옥 부여잡고있다. 참 기특한 녀석이다.


과실나무가 탐실한 하노이의 거리를 걷다 보면

마음이 차오른다.




부어이 서리를 못한 게

못내 아쉬워

꽃 시장에 들렀다.

저런… 오늘따라 부어이 나무가 없다네…

아쉬운 마음에 쟈스민 꽃반지를 끼어보며

다음을 기약한다.

날이 참 화창해서

아쉽지만 눈부신 오늘이 아주 괜찮다.



언젠가 라임나무와 오렌지 나무를 갖고 싶다 하던

아들이 생각나

라임 나무 두 그루를 아들에게 선물했다.

“너는 이제 밍기뉴 1호 2호를 얻은 제제가 된 거야. 행복하게 키워봐” 하니

엊그제 지난 생일 선물로 덜컥 받아들여줘서

따로 선물을 제대로 못해 주었던 마음이 뜨끔해졌다

“엄마, 지금껏 받아 본 중 가장 멋진 생일선물이야”

라고 말해주는 아들의 행복한 얼굴에

차오르는 행복을 느끼는 엄마가 된다.



세상 가장 멋진 너의 라임 나무가 되어

네게

위안을 주고

열매를 가득 안겨 주길…



[과일나무들로  행복했던

하노이의 어느 날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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