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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비 Oct 14. 2015

성공하기 위한 청춘이 아니예요

이십대 후배들에게, 고작 서른 조금 넘은 망나니가 건네는 시덥잖은 격려

고작 이십대를 지나고 있어요. 노인들은 세월 금방간다 말하지만, 우리가 지낸 시간들을 세월이라 부르기엔 아직 민망해요. 우린 언저리에 있어요. 삶의 한복판에조차 들어서지 않았다구요.

그러니까, 아직 되돌릴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거예요. 효율적인 선택을 하려 하지 말아요. 실컷 실수하고 잘못 선택해도 아무것도 망쳐지지 않으니까. 다시 시작할 수 있어요.


어른들의 말보다는 인생이란게 길다고 생각해요, 전.

물론 저도 삶의 한복판에 들어선 후에는, 그만큼 나이를 먹은 담엔 이렇게 말할지도 몰라요. "인생 짧다. 정신차리고 철 들어라." 더이상 젊다고 말할 수 없는 나이가 되면요, 한 번 선택이 커다란 운석처럼 삶과 충돌해서 지각변동을 일으킬 수가 있으니까. 되돌릴 기회가 더이상 없을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지금 우리는 더 과감하고 더 대책없고 더 앞뒤 안가릴 필요가 있어요. 차피 시간이 지나면 모두 살얼음판을 걸을 수 밖에 없는걸요. 맨땅 딛고 있을 때, 물론 상황과 사정에 따라 그것이 두꺼운 얼음판일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쉽게 깨지지 않는 단단함 위에 서 있어요. 그걸 기회라고 부르고요. 실수를 하려면 지금 실컷 해봐요. 미친짓 제대로 할 수 있는 기회니까.

다음 일, 저지른 후, 수습 생각하지 마요. 감당 못해도 되요. 다시 말하지만 젊음의 무모한 선택이 실패로 돌아간다 해도 아무것도 망쳐지지 않아요. 우리 인생이 그 정도로 영영 틀어질만큼 호구가 아니예요. 지금은 튜토리얼이거든요. 본 게임 들어가기전에 이것저것 다 눌러봐야죠.

누군가 선택의 기로에 섰다면 부디 똑똑한 결정보다 바보같은 결정을 하길, 득보다 실을 탐하길. 되도록 가능성없는 일에 도전해보길. 그게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선택이거든요.

이십대는요, 뭐랄까 단점을 안고 가도 좋은 나이 같아요. 저는 그 시간동안 잘하는 것 만큼 못하는 것, 나쁜 버릇, 안좋은 습관들을 정말 많이 발견했어요. 이젠 그걸 고쳐나가야겠죠. 나의 망나니 시간은 끝나가니까. 서른은 또 다른 시작인지라 설레고 두근거리지만 진짜 어른이 될 준비를 해야만 하죠.

이십대는 아직 애여도 좋아요. 하고 싶은거만 하고 떼쓰고 징징대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물론, 나중에 자다가 이불 뻥뻥 찰 일 많이 생기겠지만 자기 전에 떠오를 치기어린 기억조차 없다면 고깟 이십대, 뭐가 남겠어요? 되도록 창피하고 부끄러운 일을 많이 만드세요.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기보다 내가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해요. 역설적이지만 못 할 수록 나중엔 잘하게 된답니다.

가끔 제게 넌 그래도 하고 싶은 걸 하지 않느냐, 속 편하게 살아서 좋겠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근데 저 매일 불안하고 한치 앞이 막막합니다. 그치만 제 선택이, 제가 가려는 길이 잘못됐다거나 불가능하다는 생각 해 본 적 없어요.


왜냐하면 이건 만들어 나가는 길이거든요. 남의 길을 따라가며 저 앞의 선행자를 본다면 뒤처진 제 모습이 불안하겠지만 저만의 길을 터 나가고 있어요. 길이 좀 험하고 수풀이 우거져서 그렇지 하나하나 가지 쳐가며 뚫는 재미가 쏠쏠해요.


세상엔 세상 인구만큼 각자의 길이 있다고 믿어요. 우린 모두 길에 자기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권한이 있는걸요.

그래서 모든 조언은 쓸모가 없답니다. 참고만 되는 거예요. 만약에, 어떤 선택지를 앞에 두고 자신이 없다거나 준비가 안됐다거나 감당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고민이 들면 일단 저지르는 쪽으로 생각해보세요.


모든 준비를 마친 후 할 수 있는 일은 세상에 없어요. 각오와 배짱만 있다면 그 경험들은 자양분이 될 거예요. 비록 실패하고 좌절하고 걱정 때문에 눈이 퀭해진다 하더라도 말이죠. 성공하지 않을 각오로 덤벼드세요. 모두 쏟아내세요.


성공하기 위한 청춘이 아닌걸요.


그냥, 해보기 위한 청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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