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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독백 Jun 05. 2024

보리수

파릇파릇 봄기운 퍼뜨리더니
어느새 정열의 옷 갈아입었네
떫은맛도 감사히 먹는 나에게
달콤함을 품은 너는 선물 그 자체
이제 겨우 화요일 넘어서는데
널 만나는 나흘을 어찌 견딜까



다 크고 나서야 보리수를 알게 되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얻어 먹은 빨간 그 열매. 혀에 달라붙지 않는 떫은 맛과 신 맛. 첫인상이 안 좋았습니다. '보리수는 모양만 열매'란 생각을 갖고 몇 해가 지났습니다.


몇 해 전 텃밭을 마련하고 그곳을 거쳐 자연으로 돌아가는 나무들을 보며 정말 튼튼한 놈 아니면 살아남기 힘든 곳이 우리 밭이구나 라고 실감하며 나무를 수소문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모과나무, 오디나무, 보리수나무를 심었습니다. 세 그루씩 데려와 자리를 잡아주었습니다.


그 중 오디나무 두 그루는 야생동물(추측하기로는 고라니나 멧돼지)의 습격을 받고 자연으로 돌아갔습니다. 나머지는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 나무를 심은 지 두 해쯤 되었을 때 제가 보리수의 맛을 알아버린 겁니다. 아무 기대 없이 입 안에 넣고 오물거렸는데 그 퍼지는 단맛에 여태까지 내가 널 오해했구나 하고 후회를 거듭했습니다. 알고 보니 제가 처음 먹었던 열매는 일반 보리수, 텃밭의 나무는 왕보리수라고 했습니다. 단맛을 더 지니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먹어도 끝없이 먹게 되는 이 맛이 오디를 만나면 그야말로 기가 막히게 변합니다. 오디의 단맛이 약하게 남아있는 보리수의 신맛을 완전히 잡아주기 때문입니다. 이걸 먹을 때면 제 안에 없던 식탐이 샘솟습니다.


제가 맛을 과장하는 듯이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입맛이 제각각이지 않습니까. 그리고 놀러가서 먹는 음식은 더 맛있는 법입니다. 이런 궁색한 변명을 늘어 놓으면서도 하고 싶은 보리수 자랑. 자꾸 생각나는 맛이라고 이곳에 넋두리처럼 끄적이게 됩니다.


아직까지 보리수를 안 드셔보신 분이 있다면 이번 여름엔 꼭 보리수, 아니 왕보리수 열매를 드셔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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