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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독백 Jul 08. 2024

바다 대령이오

주말에 짝꿍이 바다를 주문했습니다.
어떤 해수욕장을 원하시나요 했더니
바다면 된다기에 가장 가까운 곳으로 출발했습니다.

부녀가 나란히 뒷자리에 다리 뻗고 앉아 마이크를 잡고 노랫가락을 뽑습니다.
둘 다 점점 목이 트여갑니다.
그냥 느낌인가 싶었는데
이번에 자세히 들어 보니
짝꿍이 이전엔 꺾이던 고음을 곱게 뽑아냅니다.
역시 연습뿐입니다.  제 귀도 덜 괴롭네요.

바닷가에 도착해서 각자 하고 싶은 걸 합니다.
짝꿍은 바다 바라보기.
저는 게 잡기. 아니, 게 잡았다 놓아주기.
아이는 저 따라다니기.

대개 게들은 겁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건네는 오징어 따위에는
눈길도 주지 않습니다.
조심성 있게 두리번거리다가
조금이라도 제가 움찔거리면
파도가 칠 때 쏜살같이 나와
바닷물로 몸을 냅다 던집니다.

하지만 어디에나 모험을 선택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세 마리 호기심 많은 게를 잡았습니다.
제가 흑심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라면에 넣을 마음이라도 있었으면...

결국 짭조름한 오징어에 넘어간 꼬마 셋은
잠시 거인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가
더 깊은 안전한 바다로 보내졌습니다.

꼬마 게들은 이번 일로 육지에 대한 환상이 깨졌을까요?
혹시 친구들에게 영웅담을 늘어놓을까요?
귀여운 모험가들이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집으로 가는 길,
그새 짝꿍 얼굴은 밝아져 있었습니다.
잠시 서점에 들러 원하던 책을 산 아이도 행복해했습니다.
비가 온다는 소식 때문인지 고속도로는 한산했고 제 마음은 평온했습니다.


바다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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