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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독백 Aug 25. 2024

스터디카페 나들이

셋이서 일요일마다 스터디카페 투어를 하고 있습니다. 처음엔 커피숍 나들이로 시작했는데요, 좀더 조용한 곳을 찾아다니다가 결국 스터디카페에 짐을 풀었습니다.


요즘의 독서실인 '스터디카페'란 곳은 분위기 자체가 다르네요. 쪽방같은 독서실 한 칸에 몸을 묻고 공부하다 제 날숨으로 생긴 이산화탄소에 질식할 것 같았던 그 옛날 독서실의 모습은 전혀 없습니다. 낮은 칸막이, 넓은 책상, 밝은 조명, 등. 소음이 없는 카페란 생각이 듭니다.


오늘 온 곳은 눈앞에 초록이 펼쳐쳐 있습니다. 짝꿍은 자격증 책, 딸은 문제집, 저는 서평 쓸 책을 붙들고 있다가 이따금씩 고개를 들어 눈에 쌓인 피로를 덜어냅니다.


그런데 무언가 허연 움직임이 있어서 보니 백로가 있습니다. 날개깃 정리를 하기도 하고, 물고기를 찾아 가만가만 걷기도 합니다. '물고기 잡는 것만 보고 다시 책 봐야지.' 하는데 빈둥거리는 제 생각을 읽었나 봅니다. 곧 나무 뒤로 숨습니다.


어느새 눈은 개울과 나무에 붙박이 되었습니다. 매미소리가 점점 잦아들고 바람이 많아지는 요즘. 곧 아쉽게 머물다 갈 가을이 오겠지요. 피부로 느끼는 가을은 처연한데, 큰일입니다. 그 시간을 잘 보내기 위해 책과 낭독과 글감을 꾹꾹 쟁여놓아야겠습니다.


(그리고 다음엔 전경으로 무채색 건물이 보이는 스터디카페로 가야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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