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지게 나이 들어가는 비법을 전수해 주신 이서원 작가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오십이 글피인지라 우선 책 제목에 끌렸습니다. 읽으면서는 감탄하며 끄덕이며 책장이 손으로 넘어가는지 발로 넘어가는지도 몰랐습니다.
"재미있게 살겠다는 것은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대한 나의 답이다." 이 말 참 멋지지 않습니까?
저는 요즘 인생의 몇 번째 언덕 어디쯤에 올라와서 잠시 숨을 고르는 중인 것 같습니다. 걸어온 날도 돌아보고 갈 길도 기웃거려보는. 그러다 먼 산 중턱을 헉헉대며 올라가는 짝꿍을 향해 응원의 소리도 질러봅니다. 모두 각자의 산과 언덕을 넘고 넘는 중입니다. 그러다 결국 마주하는 것은 '자기 자신'일 테지요. 자기 하나 만나려고 이 고생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생길에서 자기 본연의 모습을 발견하는 사람이야말로 행운의 사람이요, 태어난 의미를 찾은 사람이 아닐까요. 이전까지는 남이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왔다면, 이제부터는 이서원 작가님의 말씀처럼 '내 생각과 행동에 내가 흔쾌해지는 일상'을 살고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만나서 참 다행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25쪽 몸의 시대가 저물고 마음의 시대가 열린다고 오십을 해석하면 오십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숫자다.
36쪽 마음 하나 잘 쓰면 평생 청년으로 가슴 설레며 살 수 있지만 마음 한번 닫으면 외롭고 서러운 일상이 반복된다. 퇴직은 있지만 은퇴란 없다. 은퇴라는 생각에서 은퇴하는 순간, 제2의 삶이 환하게 시작된다.
87쪽 무엇이 혼자 있는 것을 즐겁게 할까. 그건 자기를 좋아하고 자기에 대해 궁금해하면 된다. 자기 자신은 평생 그 속을 들여다보아도 질리지 않는 유일한 존재다.
130쪽 나의 스승은 평생 어려운 말을 쓰지 않으신다. 그런데 들을수록 말씀이 깊게 다가온다. 허세를 부리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진짜 깊이다.
182쪽 내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사람들에게 잊히는 것이 아니라 잊히지 않을 만큼 깊은 내공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215쪽 불행한 유년 시절이 불행한 중년 시절을 가져오는 게 아니다. 내가 나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무심하게 그때 아로새겨진 불행만 반복하며 사는 것이 불행한 중년 시절을 살게 한다.
서평단 필수 과제, <10문 10답> !
1) 하루 중 가장 좋아하고 기다리는 시간은? 가족들을 배웅한 뒤 세탁, 설거지, 청소 후에 맞는 나만의 시간입니다. 주로 낭독을 하거나 독서를 하며 나와 만납니다.
2) 그곳에 가기만 해도 편안해지는 나만의 장소는? '삐빅(제일 좋아하는 소리)' 후 문을 열고 들어가 앉아 네모난 틀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언제든 시동을 걸고 산책하듯 달릴 수 있는 차 안에 있으면 몸이 녹듯 편안해집니다.
3) 뭔가를 해냈다는 가장 뿌듯함을 느끼게 하는 일은? 머릿속 생각을 이리저리 휘젓다가 하나씩 꺼내어 제가 생각하는 바와 얼추 비슷하게 글을 빚어냈을 때 가장 행복하고 뿌듯합니다.
4) 인생에서 남은 시간이 5분이라면 누구와 통화해서 어떤 말을 하고 싶은가? 우선 카톡 단톡방에 입장합니다. 그곳에서 라이브톡을 켜고 가족들을 만날 겁니다. 많이 사랑한다고,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얘기할 겁니다. (아이쿠, 갑자기 눈물이 뚝뚝 흐르네요. 언제나 이별은 너무 힘듭니다. ㅠㅠ)
5) 최근에 자주 만나고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들. 헤어진 뒤 다음 만남이 기다려지는 분들입니다.
6) 떠올리는 것만으로 힘이 되는, 누군가의 잊지 못할 한마디는? "역시 쨘이야."('쨘이'는 식구들이 부르는 제 별명입니다.) 엄마가 종종 하시는 말씀입니다. 할 수 있다고 믿어주시는, 응원해 주시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말입니다.
7) 돈이 많이 들어도 아깝다고 생각되지 않는 것은? 배움에 들어가는 돈은 아깝지 않습니다. 배우는 과정을 통해 지혜를 얻고 단단한 생각 근육을 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8)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 혹은 힘들 때 찾는 음식은? 저에게 위로가 되고 응원이 되는 음식은 봄빛같이 푸르른 '피스타치오 아몬드 아이스크림'입니다. 직장 생활을 하던 때부터 마음이 괴로우면 혼자 아이스크림과 함께 걱정을 녹여내곤 했습니다.
9)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가? 저보다 과거를 그리워하는 짝꿍에게 양보할 것 같습니다. (우리.. 이별인가요..?) 저는 지금의 제가 좋습니다. 지금의 나이듦이 좋고요. 과거의 아쉬움보다는 앞으로의 기대로 삶을 채워가고 싶습니다.
10) 내 묘비명에 적고 싶은 한 문장은? '또 다른 여행을 시작하러 갑니다.'라고 적고 싶습니다. 저는 그것이 육체의 차원을 넘어선 다른 여행이라고, 전혀 다른 것이라고 믿기에 두근대는 마음으로 맞이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