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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독백 Sep 03. 2024

[오늘의 문장 : 그런다고 내가 못할 것 같아?]

그녀는 일어나자마자 목에 낀 가래를 큼큼거리며 뱉고 한숨을 쉰다. 북내레이터에게 목소리는 악기인 셈인데, 1년째 목에서 가끔 녹슨 소리가 난다. 코 언저리(부비동)에서 생긴 염증이 끊이지 않고 내려와 가래가 되어 목을 붓게 하기 때문이다. 이비인후과 의사는 이것을 '코가래'라고 했다. 3주간 항생제를 먹으면서 염증의 씨를 말려버리려고 했지만 며칠이 지나자 콧물은 다시 목으로 쏟아져내렸다.


약이 소용없고 인터넷에 떠도는 온갖 비법도 비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후 한동안 마이크 앞에 앉지 않았다. 녹음을 하더라도 3초마다 쩍쩍 갈라지는 목소리를 가다듬다 진이 빠져 멍하니 있기 일쑤였다. 이날도 마이크를 켜지 않은 채 녹음실의 벽만을 쳐다보았다. 북내레이터란 직업이 나한테 주어지지 않는 건가, 그녀는 여러 번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이처럼 자신이 열정을 품고 달려갈 길이 과연 또 있을까 싶었다.


문득 처음으로 출시한 그녀의 오디오북을 듣고 울었다는 엄마의 말이 생각났다. 책을 읽어주면 귀를 쫑긋하고 듣던 아이들의 모습도 떠올랐다. 입술을 통해 나오는 목소리가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 무한한 에너지를 터뜨려 고유의 세상을 창조할 터였다. 그녀는 작가의 세계를 재창조하는 짜릿한 경험을 원했다. 책에 숨을 불어넣던 희열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목을 가다듬고 숨을 들이마셨다. 순간 목에 걸려있던 덩어리 때문에 기침이 났다. 그녀는 숨구멍에 거미줄처럼 진을 치고 있는 것을 뜯어내듯 뱉어냈다.


'그런다고 내가 못할 것 같아?'


몸 곳곳에 숨어 있는 덩어리. 열에 들뜨게 하고 틈을 노려 그녀의 숨통을 조여오는 이 잔인한 것으로부터 벗어나야 했다. 어쩌면 이것은 그녀의 몸이 갖고 있는 문제가 아닐지도 몰랐다. 욕심일지도 열등감일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녀는 자세를 바로잡고 낭독하기 시작했다. 소리는 여전히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고 가끔 그녀는 숨을 몰아쉬었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도 이야기는 선명하게 그녀의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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