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진청색 티셔츠에 검은색 작업 바지를 입고 청소하는 그녀. 청소 카트에는 대걸레를 비롯한 청소도구들이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고 소분해서 나눠 담은 세제용기에는 단정한 글씨로 세제 이름이 쓰여 있다. 장마철에도 대걸레를 잘 빨아서 건조하는지 엘리베이터에 잠시 남겨둔 청소 카트에서는 쿰쿰한 냄새가 나지 않았다. 늘 말끔한 상태인 아파트 입구와 계단을 보면 그녀가 자신의 일에 열심이고 꼼꼼한 성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내게 먼저 고개를 숙였다. 그것은 인사라기보다는 상대방의 눈을 마주치지 않기 위해 피하는 모습 같았다. 다른 사람들이 인사를 해도 마찬가지였다. 몇 번은 나도 그녀처럼 목례를 했다. 하지만 내 인사는 고개 숙인 그녀에게 전해질 리 없었다. 소리 내어 맞인사를 할 때면 그녀의 등은 더 크고 둥글게 말렸다.
이곳에 이사 와서 지낸 7개월 동안 한 번 그녀와 눈을 마주친 적이 있다. 청소에 열중한 그녀에게 다가가 내가 먼저 인사를 했다. 그녀가 천천히 나를 향해 돌아섰고 그때 나는 알았다. 그녀의 눈이 심각한 사시라는걸. 순간 그녀는 네 하고 짧고 메마른 소리를 냈다. 어떤 생각이나 감정도 서리지 않은 표정이었다. 문득 눈이 사시인 게 콤플렉스여서 그녀가 사람들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이후 내 인사는 다시 목례로 바뀌었다.
누구나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 있다. 누군가에게는 눈이고, 기운차게 자라는 흰머리고, 슬픈 유년 시절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우울감이다. 가까스로 숨죽여 다독이고 있는 것이니 존중해 주고 서로에게 때때로 고독을 선물해야 할 것이다. 스스로 치유되거나 해결될 때까지.
그래도 궁금하긴 하다. 언제쯤 그녀는 사람들의 인사를 받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