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 #글쓰기 #어제와는전혀다른공기였다
두툼한 점퍼를 걸치고 나오길 잘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코끝에 아리게 머무는, 어제와는 전혀 다른 공기였다. 그녀는 문득 찾아온 가을이 반가웠지만, 얼마 머물지 않고 곧 떠날 것처럼 서늘한 모습을 보이는 이 계절에 서운하기도 했다. 마흔 번을 훌쩍 넘게 마주친 가을은 늘 애틋했다.
걸음을 뗄 때마다 바스락 소리가 났다. 그녀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발밑을 바라보았다. 노랗고 다갈색의 포말이 이는 듯 낙엽이 굴러다녔다. 그 중 상처 없는 잎을 주우려고 그녀는 눈으로 낙엽을 훑었다. 하지만 곧 포기하고 말았는데, 생기를 잃고 뒤틀리기 시작한 잎들에는 검은 흉터가 크고 작게 있었기 때문이다. 불씨의 흔적처럼 점점이 자리한.
어렴풋이 기타소리가 들렸다. 낮 동안 창공에 펼쳐졌던 파란 장막이 걷히고 수줍게 나타났던 별. 바람따라 우수수 여행을 시작하던 낙엽. 통나무를 잘라서 만든 투박한 의자와 반딧불이처럼 날아오르던 모닥불의 불씨, 그리고. 네가 머문 이 자리, 난 그리움으로 잠들거야. 그녀를 위해 부르던 목소리는 차츰 잦아들고 결국 노래는 홀로 남은 그녀의 것이 되었다.
볼을 스치는 바람에도, 발끝에 차이는 낙엽 조각에도 그녀는 가슴이 시렸다. 가을이 온통 그녀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아직도 이곳으로 돌아오고 마느냐고. 그녀는 바람에 몸을 떠는 낙엽만 바라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