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에게 선물을 해 보았다.
오랜만에 다시 재개했어요:)
앞으로 자주 올릴게요,
예쁜 피비 많이 봐주시고 즐겁게 읽어주세요!
매년 3월 1일은 피비의 생일이다.
사실 피비의 생일은 정확치가 않다.
생후 2-3주쯤 데리고 왔었고 판매한 할머니는 3개월짜리라고 거짓말을 했지만 원체 의심이 많은 나는 토끼 카페에 피비의 사진을 올려서 다른 회원들에게 물어보니 2-3주 정도 된 것 같다는 답변을 들었다. 다른 토끼들의 사진을 보면서 주수를 맞춰서 대략적으로 생일을 가늠해보니 2월 26일-3월 3일 사이로 추정이 되었다.
3.1절.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특별한 날이라고 인식할 그날을 특별한 토끼인 피비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매년 피비의 생일이 되면 생일 축하 상을 차리고 피비와 함께 생일 축하를 했다.
처음에는 친구가 사준 케이크 하나에 초를 꽂아 후~ 불고 말았지만, 생일날 생일 당사자를 위해서 생일 미역국을 다른 사람들이 다 먹어주면 생일 당사자가 오래 산다는 말에 피비 생일에도 나를 위한 미역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남김없이 삭삭 긁어먹고 피비의 장수를 기원했다.
3번째 피비 생일이 되자 이번에는 무언가 근사한 선물을 해 주고 싶었다.
그렇게 찾고 찾은 게 바로 이케아라는 브랜드에 인형용으로 나온 인형 침대였는데, 이 침대를 고양이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진을 보게 되었다. 토끼는 일정 방면 고양이와 비슷하다는 말을 많이들 하는데, 과연 고양이들이 쓰는 것처럼 잘 써줄지 알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는 구할 수가 없고 해외 직구까지 해야 해서 상당한 고민을 하게 했다.
가격은 4만 원 남짓이었지만 배송료가 1만 원이나 하는 제품이었고 그 당시에는 그렇게 여유도 없었을 때였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를 안고 주문을 해 보았다. 그렇게 1주일여 기다려 도착한 침대.
부푼 기대를 안고 피비에게 줘 보았다.
그동안 피비 생일선물로 사줘서 실패한 것들이 꽤 있다.
토끼들이 뜯어먹고 놀라고 나온 바나나로오두막은 위에 손잡이만 뜯고 뜯을 생각도 하지 않았고, 강아지들이 좋아한다는 펠트 움막집은 안에 있는 방석만 뜯어 놓고 사용하지 않았다.
피비는 내가 하자는 행동, 행위들은 뭐가 됐든 두려워하지 않고 전부 따라 주었는데, 아이템에 있어서만큼은 본인의 의지가 확고했다. 음식도 그렇고..
그렇게 피비의 시험대에 오른 이케아 인형 침대는 결과는 사진에서 보다시피 매우 성공적이었다.
내가 잘 때 피비가 파바박 긁고 괴롭혀서 잠을 잘 자기 위해서 2층 침대를 샀었는데, 그때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피비가 올려다보면서 오르지 못한 내 침대를 부러워하는 것 같았는데, 정말 침대의 사용법을 아는 것처럼 사주자마자 침대에 누워 있는 걸 좋아했다.
그 침대 위에서 밥 먹고 그 침대 위에서 누워서 자고 쉬고 또 2층에 자는 엄마를 좀 더 잘 바라보고, 너무나 침대를 좋아해서 사실 매년 피비에게 다른 아이템을 선물해 보았는데, 위에 언급한 대로 강아지용 오두막, 바나나줄기로 만든 토끼용 바나나로오두막 등 사 오는 족족 전부 실패해서 결국에는 유기동물보호소 같은 곳에 토끼를 보호하고 있는 곳으로 찾아 기부를 하곤 했다.
그래도 뭐가 됐든 피비에게 선물을 해 주는 게 내 기쁨이고 행복이었다.
피비가 좋아하는 제품은 몇 개고 더 사주고 싶었고, 토끼가 좋아하는 토끼 전용 방석은 몇 개를 사줬는지 모른다.
사람들은 토끼가 아이큐가 낮고 생각이 없는 동물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토끼는 사람 말귀를 다 알아들을 수 있고, 토끼도 감정표현을 하고 좋고 싫고 호불호가 굉장히 확실하다.
인형보다 더 인형같이 예쁜 피비는 이 작고 귀여운 인형 침대가 본인의 침대라는 걸 단번에 알아차리고 이사를 가서도 종종 사용하곤 했다.
밥도 먹고 생초도 먹고 그루밍도 하고 엎드리기도 하고 눕기도 하고 뒤집기도 하고...
실패한 생일선물이 많았음에도,
잘 쓰는 거 하나 보면 그저 기분이 좋고 행복해서
피비를 키우면서 엄마 아빠가 늘 ‘이 맛에 돈 번다’라고 하시던 말을 몸소 느끼게 되었다.
영리하고 똑똑하고 사람 같은 피비.
인형이 인형 침대를 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