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제는 기대하기 어렵겠구나
잃어버린 여름의 향기
그 많던 여름의 향기들을 어디에다 두고 왔나.
여태까지 향기들을 완벽히 들고 온 줄로만 알았는데
그대로 그곳에 두고 온 것인지
아니면 들고 오다가 잃어버린 것인지.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그 진득했던 향기들이
이번 여름에 유독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 청량하게 들렸던 그때의 매미소리.
아무리 뜨거워도 참고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었던 태양의 열기.
그날의 분위기는 덥고 뜨거웠다기 보다는
그저 포근하고 온화하게만 기억되고 있다.
길을 지나다가 갑작스럽게 맡아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려나.
아, 이제는 기대하기 어렵겠구나.
여름꽃
매번 꽃을 보기 위해 봄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꿋꿋이 봄까지 기다렸던 나를 반성한다.
이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땡볕 아래에서도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피는 꽃들이 있었다.
봄보다는 여름에 보니 왜 유독 아름다워 보이는 것일까.
짙은 초록색 만이 가득한 풍경 속에서 유난히 튀어 보여서 그런 걸까.
아니면 나의 여름이 버거워서인 것일까.
꽃에게 매번 빚을 지는 거 같다.
어두워질 뻔하면 맑은 곳으로 이끌어주니 말이다.
언제 이 빚을 다 갚아야 하나.
옛날 같았으면 덥고 힘이 빠져서
쳐다볼 생각조차 못 했던 꽃이었는데
이번 여름에는 참 많이 바라보게 된다.
봄만이 꽃의 계절이 아니었구나.
여름도 꽃의 계절이었다.
시인의 시선과 사진가의 시선
시인의 시선과 사진가의 시선은 비슷한 듯하다.
남들이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바라본다는 것이다.
시인은 그 시선을 글로 옮겨 적고
사진가는 그 시선을 사진으로 담는다.
단순한 일상 속에서도 날아가는 새 한 마리 놓치지 않고 무심코 바라보며 각자만의 방식으로 그 순간을 기록한다.
마주한 순간을 고뇌한 뒤 적어내는 시인.
순간을 마주하길 기다리며 고뇌한 뒤 담아내는 사진가.
누구는 그러려니 할만한 순간들을
색다르게 표현해 내는 둘의 시선은
찬란하고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