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라보는 게 다를 뿐이라고.
글쓰기, 사진, 그림 등 이런 활동들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예민함에 관한 나름의 생각을 적어 보려 한다. 몇몇 분들이 공감하실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예술 쪽 창작 활동들을 하게 되는 기본적인 바탕이 되어주는 건 성격인 것 같다. 대부분 본래 생각이 많고 예민한 성격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많이 접하고 만나게 되는 것이 예술 같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시겠지만.
평소에 지닌 오만 가지 생각과 감정들의 표출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예술은 속을 뻥 뚫리게 만드는 소화제와도 같아 보인다. 감정을 예술로 승화시켜 자신만의 작품을 보여주며 남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 주는 것이야말로, 본인의 성격을 가끔 못미더워하는 예민한 사람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주는 듯하다.
예민함은 여러모로 지독하고 탈도 많은 녀석이지만,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크게 장점을 발휘하는 아이러니한 녀석인 듯하다. 나는 주변 친한 친구들과 가족들 사이에서 유독 예민하고 쉽게 감정 기복이 왔다 갔다 하는 유별난 사람이다. ( 불안장애도 있고 쉽게 우울에 빠질 때도 십상이기도 하고. ) 친구들도 하나같이 하는 말이 있다. 이런 감성적인 활동을 좋아하고 예민한 사람은 주변에서 내가 유일하다고. 개개인마다 고민을 해결하고 생각하는 방식은 다르겠지만, 나와 주변 가까운 사람들을 비교해 봐도 상황을 받아들이는 생각의 깊이 차이는 확연히 다르다. 물론 생각의 깊이 차이에 관해 주변인들이 생각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한 가지 상황을 마주했을 때 단순하게 받아들이고 해결하고 넘기는 친구들과 감정에 치이면서 매번 고뇌하고 생각을 잔뜩 하다가 결론을 내는 나를 보면 대비가 큰 거 같다.
예민한 성격일수록 삶이 피곤한 건 맞다고 생각한다. 귀와 눈, 여러 감각 기관들이 남들보다 배로 열려 있기에 애써 듣지 않아도, 보지 않아도 될 것들마저 더 많이 받아들인다. 그만큼 신경 쓰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쩌면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사진 찍는 것 또한 늘 포화 상태인 머리를 게워 내기 위해 생각과 감정들을 배출하고 있는 나만의 자연스러운 행동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신경 많이 쓰는 성격답게 자잘한 디테일에 항상 매달려서 그런지 글도 썼다가 수정하기를 반복하고, 사진도 보정했다가 아닌 것 같으면 매번 수정하기를 반복한다. 피곤하긴 해도 좋을 때가 많다. 애당초 예민한 성격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같은 성격이었다면 이런 활동들을 과연 했을지 또한 의문이기도 하다. 사진, 글 관련 모임에 가서 나와 비슷한 성격인 사람들을 많이 마주할 때면, 역시 선천적으로 감성적인 사람들이 예술을 접하는구나라는 생각과 동시에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를 깨닫게 된다. 유별나다고 표현했지만, 나와 같은 성격인 사람들을 만날 때면 정말 큰 위안을 얻는 것 같다.
나는 오히려 가족, 주변인들이 나와 성격이 완전히 달라서 좋다. 생각이 과도할 때 중재가 되어 주고, 본인 생각에만 갇혀 있을 때 또 다른 생각과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해 주니 말이다. 예민함이 독하면 우울에도 쉽게 빠지는 듯하다. 본인 세계에 갇혀 버려서 심연으로 가라앉아 버리는 일들이 허다하다. 장점도 극명하지만 단점도 극명하다.
그래서 혹여나 본인의 이 예민한 성격이 못 미덥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분들께 여러 창작 활동을 해 보시라고 추천드리고 싶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생각이 많은 만큼 그 활동에 대해 과도한 집착을 하게 될 우려 또한 있다. 스트레스 풀려고 하는 건데 그 집착으로 또다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럼에도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과 행복감은 크다. 나만의 기록이 되어 주기도 하고 말이다. 삶의 질이 달라진달까. 물론 지금은 업이 아닌 취미여서 그럴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 활동들을 업으로 삼고 싶은 마음 또한 크다.
친한 형이 술자리에서 그랬다. 깊게 생각하지 말라고. 그냥 너랑 나랑 성격이 다른 거지 너가 유별난 건 아니라고, 성격이 달라서 세상을 바라보는 게 다를 뿐이라고 말이다. 오히려 이 말이 더 위안이 된 거 같다.
한 번쯤은 이 예민함에 대해서 글을 써 보고 싶었는데, 보시는 분들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이실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공감하시는 분들도 있을 거라 생각하며, 이 글과 함께 평온한 일요일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