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텅 빈 집

이제는 이곳에 두 분 다 계시질 않는다

by 낭말로
할머니 할아버지댁 주방

2025년 10월 4일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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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귀찮다, 귀찮다 생각하며 이른 새벽에 출발을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나를 반성하게 됐다. 도착하니 아무도 없는 집. 아빠와 1시간 동안 웃고 떠들며 왔지만, 집에서 마주한 공허함과 삭막함에 할 말을 잃었다. 두 달 전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현재 요양병원에 계신 할머니. 원래라면 두 분께서 웃으며 우리를 맞이해 주셨을 텐데, 이제는 그 두 분 다 이곳에 계시지 않는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이런 풍경은 아니었는데...


그 수많은 나의 어린 시절과 떠들썩했던 명절의 추억을 안고 있는 이 집은 이제 TV 소리조차 흘러나오지 않고, 똑딱똑딱 시계 소리만 가득히 크게 울려 퍼지는 조용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텅 비어버린 할아버지의 방. 어린 시절부터 들어가 본 적도, 제대로 본 적도 없는 이 방을 할아버지가 떠나신 뒤에서야 드디어 보게 되었다. 비록 텅 빈 모습만을 보게 되었지만... 조용하고 엄숙하신 할아버지의 분위기 때문이었는지 들어가서 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항상 밥을 드시고 방에 들어가셔서 무언가를 많이 하셨다. 어쩌면 본인만의 공간에 대한 확고한 존중과 침범의 한계선을 할아버지께 무심코 배워왔을지도 모르겠다.


할머니가 요리하시던 주방도 조용하다. 저곳에서 얼마나 수없이 많은 요리들을 해 오셨을까. 참, 할머니 음식이 오늘따라 그립다. 따뜻함만이 가득했던 곳. 이 조용해진 집 안에서 나는 여러 추억들을 회상하며 혼자만의 시끌벅적함을 즐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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