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오래 묵은 감정을 게워내는 계절 같기도 하다.
작년보다 훨씬 묵직했던 여름의 온기가 떠나고, 지나친 일교차와 함께 가을의 온기를 품은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우리는 가을을 감성의 계절이라고 부른다. 가을바람에 나부껴 흩날리는 말린 낙엽처럼 우리도 감성에 흠뻑 젖으면서 되레 말려지는 듯하다.
가을 감성에 빠질 수 없는 건 바로 사랑이 아닐까. 떠나간 사람과의 따뜻했던 시간들이 자연스레 머릿속에 재생되는, 누군가에게는 따뜻할 수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매우 차가울 수도 있는 사랑의 기억. 그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게 아니라, 그때의 풋풋함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시간이 지나며 기억들이 좋게 아른거린다. 그때는 차가웠지만 지금은 강렬하게 뜨거웠던 기억으로 뒤바뀌는 것에 대해 누군가는 기억이 왜곡되었다 할지언정, 열성을 다해 사랑을 있는 그대로 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지금은 그저 좋은 추억이었다고 정의 내린 것 또한, 길고 긴 시간 동안 미련의 바다에서 헤엄치다 드디어 안정적인 육지에 안착했음을 뜻한다.
여름에는 신경 쓰지 않았던 사랑에 관한 사색을 가을에 문득하게 되는 건, 그 시절을 생각하며 자신을 한 번씩 돌아보라는 자연이 주는 숭고한 시간일 수도 있겠다. 가을은 사색의 계절이기도 하지만, 오래 묵은 감정을 게워내는 계절 같기도 하다.
2025년의 가을은 작년과는 다르게, 지난 시간 속에서 붙잡지도 못할 것들에 집착하고 있던 내 모습을 돌아보며 그 시간들에서 이제는 벗어났음을 다시금 상기시켜 주는 것 같다.
2025년 9월 21일, 이번에는 파주 헤이리 마을 출사를 다녀왔습니다. 초 가을을 만끽하고 온 하루였습니다. 이날의 사진들을 같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