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의 외로움과 고독의 시간을 받아들이기
덩그러니 혼자 가만히 있어도 이제는 그러려니 합니다.
덩그러니 혼자 방 안에서 책을 읽어도 이제는 그러려니 합니다.
덩그러니 혼자 카페에 가서 글을 써도 이제는 그러려니 합니다.
덩그러니 혼자 밖에 나가서 사진을 찍어도 이제는 그러려니 합니다.
예전에는 덩그러니 혼자 깊은 생각에 빠지는 게 싫어
많은 곳을 돌아다니고 사람을 만나며 고독의 시간을 가지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는 혼자인 시간을 잘 견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알고 보니 견딘 것이 아니라 회피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잠깐의 외로움도 참지 못했습니다. 나를 온전히 바라보는 게 겁이 났던 것 같습니다.
고독이란 단어의 뜻을 착각했던 것 같습니다.
고독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내가 나를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생각을 거부하는 순간 어둠의 늪에 다시 빠져버리더군요. 이미 예전에도 같은 늪에 빠졌던 기억을 잃어버린 채로 말입니다.
고통은 심했고 발버둥을 칠수록 머리까지 잠겨버리게 되는 일이 허다했습니다.
한참을 허우적거리다가 힘이 빠질 때쯤
생존 전문가같이 행동해 보자는 마음으로 늪에서 천천히 빠져나오기 위해 이 시간들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모든 생각을 쓰고 내뱉고 읽고 나서야 차분하게 고개를 내밀어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고개를 내밀고 팔을 뻗고 다시 천천히 몸을 일으켜
상체와 다리를 빼내었습니다.
지긋하기도 한 늪을 빠져나오니 몸의 어느 한 부위가 아프더군요. 정신을 다 쏟아부은 만큼 몸도 무리를 많이 했나 봅니다. 잃은 것도 많았지만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자주 찾아오는 고독의 시간을 받아들이고 싶어졌습니다. 덩그러니 혼자 있어도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싶어졌습니다.
오늘도 덩그러니 혼자 책 읽으면서도 이제는 그러려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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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14일 월요일 오후 5시 26분
일 마치고 서점을 들러 책을 사고 난 후
단골 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