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과도 같은 바람이 부는 날이다.
태풍과도 같은 바람이 부는 날이다.
꽃잎들은 흩날리고 나뭇가지들이 힘겨워 하는 날이다.
떠나가는 꽃잎들을 애써 붙잡기 위한 나뭇가지들의 반항 같아 보인다.
평소에 관심을 받지 못한 나뭇가지들의 한탄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봄 동안 수많은 관심을 받아서 잠시나마 기뻐했던 나뭇가지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럼에도 꽃잎들은 떠나간다. 꽃잎들이 언제 떠났는지도 모르게 아쉬움을 금방 덜어내고 나뭇가지들은 남은 계절 동안
또 다른 잎사귀들로 자신을 가꾼다.
꽃잎들은 떠나갈 때마저도 아름다움을 유지한다.
맥없이 떨어지고 있어도 품위를 지키려는 꽃들의 노력인 것일까. 아니면 자존심인 것일까.
바람이 세차게 부는 이 와중에도 날아가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이 있다. 꽃잎들과 함께 날아갔으면 좋겠지만 날아가지 않는 아니 날아가지 못하는 당신의 그리움이다.
왜 항상 다른 날씨도 아닌 바람이 부는 날에만 그리움이 생기는 것인지. 나 자신조차 모르게 머릿속에 스며드는 그리움은 어쩌면 바람을 타고 흘러들어오는 듯하다.
바람에 날아가기를 바라지만 바람을 타고 와버리는 당신의 그리움은 보내기에는 아쉽지만 보내고 싶은 어중간한 반항심이 들게 만든다.
그래도 나뭇가지들처럼 다른 잎사귀들을 피울 수는 있게 되었으니 오랜만에 당신의 그리움과 대화를 나눠 보려 한다.
바람 속에서 머무는 그리움.
여전히 따뜻한 온기만이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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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13일 오후 5시 17분 친구와 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