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의 마음속 봄이 지속되기를
봄마다 커지는 일교차는 사람의 마음과 같아 보인다.
아침에는 선선하고, 점심에는 약간 덥고, 저녁에는 또 쌀쌀해지고 사람의 마음도 아침, 점심, 저녁 매 순간 변화한다. 하루하루마다 마음의 일교차가 극심하게 달라질 때가 간혹 있다 보니 봄은 항상 마음과 통하는 계절인 거 같다.
봄꽃을 보면 인생을 보게 되는 거 같다.
봄꽃은 매해 삶과 죽음을 겪는다.
사람의 인생처럼 한 번은 아니지만 여러 번 피었다 지는 꽃의 순환을 보며 우리는 대자연의 겸손함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삶과 죽음은 언제나 함께 공존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꽃이 피었다 지는 모습에서 기쁨과 우울 또한 느껴본다. 서로 상극인 거 같아 보여도 공존할 수밖에 없는 이 두 가지의 감정까지 고뇌하게끔 만드는 봄은 꽃의 생을 보여줌으로써 나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게 끔 만들어 주는 듯하다.
봄비는 성인의 슬픔과도 같아 보인다.
봄에 내리는 비는 여름비와 다르게 오래 머물지 않고, 거칠지 않고 잔잔하다. 성인이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여름에 대차게 내리는 장마와도 같은 슬픔은 꾹 참게 되고, 봄비와 같이 잠깐 내리다 머물고 가는 잔잔한 슬픔들을 자주 느끼게 된다.
오히려 아무리 슬퍼도 봄비는 반갑다. 빗줄기도 굵지 않으니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들이 평화롭다.
여름비도 봄비같이 와준다면 얼마나 좋으려나...
잠깐 있다 가는 봄비는 꽃잎들을 마구 떨어뜨리지만 밉지 않다. 또 다른 계절들에 피어날 잎사귀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늘이 내리는 물줄기들이라고 생각하면 아쉬움이 크지 않다.
이번 봄을 거부하지 않고 눈에 마음껏 담은 것에 대해 나름 뿌듯하다. 봄을 지나 여름의 풍경도 두 눈으로 다양하게 담아보려 한다. 많은 것을 느끼게 한 2025년 봄, 그 따스한 기운들 덕분에 어둠을 벗어나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앞으로 남은 계절 동안 많은 이들의 마음속 봄이 지속되기를, 나의 마음속 봄도 잔잔하게 물 흐르듯이 지속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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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4월 17일 오후 5시 48분 단골 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