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과 기다림
어제 인생 처음으로 능소화라는 꽃을 찍으러 갔다. 벚꽃, 겹벚꽃을 담으러 다녔던 이번 봄 이후로 오랜만에 꽃을 제대로 본 듯했다. 카메라 덕분에 평소엔 관심 없던 것들도 참 많이 담게 된다. 예전엔 내가 꽃에 이렇게 진심이었던 적이 있었나 싶기도 하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났지만 여름에 볼 수 있는 꽃이라 그런지 봄에 피는 꽃들과는 다르게 더 정감이 갔다. 봄꽃들을 바라볼 땐 당연하게 그냥 그 시기에 자연스레 피어나니까라는 그 익숙함에 스며든 무의식적인 생각들이 머릿속에 깔려 있어서 그런가 시간 지날수록 새로운 느낌이 덜한데 능소화를 보는 느낌은 봄꽃들과는 다르게 색달랐다.
포근한 계절이 아닌 이 무더운 여름 속에서 꿋꿋이 홀로 피어 있는 모습이 유난히 눈에 띄어서 그런지 왠지 모르게 줏대 있어 보이기도 했다. 근데 봄꽃들도 그렇고 당연하게 익숙하다고 생각하면 안 되는 건데 이게. 익숙함을 좀 덜어내야 늘 항상 새로워 보이고 그러는 건데 말이야.
명예와 영광, 그리움, 기다림 - 능소화의 꽃말이라고 한다. 참 이제는 꽃말까지 찾아보게 되네. 명예야 뭐 아직까지 그렇게 체감상 크게 와닿는 단어는 아닌 거 같다. 좀 더 시간 지나면 명예에 대해 생각을 해볼 수는 있겠지. 근데 여기서 가장 눈에 띄고 친숙한 단어는 당연히 그리움과 기다림 같다. 꽃만 봐도 아련한데 꽃말까지 보니깐 능소화가 더 친근해진다. 꽃을 보며 속마음을 더 바라보게 된다. 그리움과 기다림이 여전한 내 모습을 볼 때마다 스스로 착잡할 때가 많다. 누군가는 그러지. 좀 이제는 잊고 살라고 말이야. 근데 나도 모르겠는걸 왜 여태껏 이러는지. 나도 나란 인간의 뇌속이 궁금할 때가 많다. 부질없는 미련? 전혀 아니다. 그냥 애틋한 그리움일 뿐이지. 언젠가는 먼지처럼 사라지겠지 싶으면서도 그 누군가를 만나도 잊혀지질 않는데 어쩌겠나 싶으면서도 몇 년이 지나도 이러는데 죽을 때까지 달고 살아야 하나 싶기도 하다. 누가 보면 멍청한 순애보인 줄 알겠다. 뭐 그런 그리움만이 주는 감성이란 게 도움을 줄 때도 있으니 답답한 속마음을 매번 안고 살 수밖에 없겠다는 결론을 내린다. 나름 그냥 괜찮은 척이라도 해야 마음이 편한 거 같다. 그냥 이대로 살아가는 거지 뭐. 어쩔 수 있나.
이 날 하늘은 무슨 신이 강림하신 줄 알았다. 능소화 찍으면서 다른 사진도 많이 건진 좋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