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직접 경험해야 알수 있는 영역 30km

풀마라톤을 뛰기 위한 장거리 30km

2025년 2월 23일, 로마마라톤을 21일 남긴 시점

챌린지레이스 풀마라톤에 출전하게 되었다.


로마마라톤 풀코스를 무모한 객기로 신청하고,

<연습을 하면, 풀 완주를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지난 겨울에

연습경기 삼아 신청했던 것인데, 그날이 온 것이다.


계속된 통증과 부상을 예상하지 못했던 터라

‘내가 왜 42.195km 마라톤을 왜 신청했나?’ 후회하다가

‘이왕 신청한 거 LSD느낌으로 20킬로 정도만 뛰어야겠다.’ 마음을 고쳐먹었다.


전 날, *카보로딩은 마음껏 하면서, 소주반 병까지 편하게 마신 사람… 나다.

(작년 9월 첫 하프마라톤 때 긴장돼서 잠도 못 잤던 사람은 온 데 간 데 사라짐.)

*카보로딩(Carbohydrate Loading, 탄수화물 로딩) : 마라톤, 철인 3종 경기, 장거리 사이클링 같은 지구력 운동을 하기 전에 체내 글리코겐(탄수화물 저장량)을 최대한 늘리는 전략이야. 쉽게 말해, 경기 전에 탄수화물을 많이 먹어서 근육과 간에 에너지를 가득 채워두는 것이다.



당일 아침. 영하 -6도의 날씨에 다시 겨울이 온 듯한 칼바람에 중무장을 하고 나섰다.

“그래… 로마 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뛰는 장거리이다. 내 카본화 길들이기 제대로 해보자.”

사실 이때만 해도

“20킬로 하프코스만 돌아야지 생각했다,아니다. 그래도 25킬로는 뛰어보자 생각했다.”

두 가지 마음이 왔다 갔다 했지만,

통증이 올라오면 바로 택시 타고 돌아와야지. 결심할 정도로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나의 본게임은 3월 16일 로마마라톤이니까



긴장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대회당일,

마라톤 출발 집결지에 모이니, 점점 흥분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좀 뛴다는 사람들은 모두 대구국제마라톤으로

나는 <강바람이 세차다>는 여의나루역으로


출발을 하고, 한발짝 한발짝 나의 속도를 꾸준히 이어갔다.

심박수를 140bpm 이하로 유지

케이던스는 발목을 위해서 170~180spm

절대 무리하지 않을 것. 이 경기는 실전을 대비한 연습 경기인 것을 잊지 않기로, 결심에 결심

(러닝을 하다보면 솟구치는 도파민으로 처음의 마음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걸 여러 번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힘이 빠지기 전인 7킬로, 14킬로, 21킬로 지점에서 각각 에너지젤을 하나씩 입에 짜넣기로 하고

하프코스 반환 지점인 10km를 지났는데, 힘들지 않았다. 하프거리를 지나 더 드라이브를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올라왔다.



첫 고비


20킬로 지점을 지나자 괜찮아졌던 오른쪽 발목 통증이 다시 느껴졌지만,

(말로 표현하기 애매한) 결이 다른 통증이었다.



<30킬로를 달리면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다.>는 말이 귓가에 맴돌면서

이쯤에서 돌면 피니쉬라인에 도착했을 때, 30 킬로겠다 싶은 지점에 과감하게 턴을 했다.


나오는 급수대에서 다리가 굳지 않게 가볍게 움직이며 초코파이, 바나나, 이온음료, 물까지 야무지게 잘 챙겨 먹었다.

나는 완주가 목표니까…




30킬로 지점이 다다르자, 말로만 들었던 “다리가 안 움직인다.”는 경험을 했다.

그때부터는 오로지 팔힘으로 앞으로 나간다는 그 30킬로 지점까지 도달한 것이다.


죽을 것처럼 힘들었지만, 몸으로 느꼈다.

아… 나 로마에서 풀코스 완주할 수 있겠구나….




30킬로에서 마라톤을 마무리하고, 스트레칭을 할 여유도 없이 (엄마라는 위치로 돌아와) 아이들과 다음 일정을 이어갔고,

오후 6시가 넘어서야 집에 도착하고 뜨거운 물에 몸을 담글 수 있었지만… (정말 마라톤보다 그 다음 일정이 더 힘들었다면 믿을 텐가…ㅎㅎㅎ)

완주를 할 수 있겠다는 그 확신은 나를 참 기분 좋게 만들었다.


그리고 몸은 만신창이가 되었다. 다리가 굳고, 두통 오한이 올라오고, 옆구리 통증 등등

장정 열댓 명에게 두들겨 맞은 듯한 근육통이 나를 반겼지만,


부상에도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노력한 시간의 축적이

나를 로마에서 완주를 할 수 있겠다는 희망으로 가득 채웠다.


앞으로 남은 기간, 더더욱 근력운동과 내 신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지.


이제 정말 아름다운 완주만 남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