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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입고 리허설

로마마라톤 d-8



준비를 하면서 “후회와 스트레스”로 가득했던 로마마라톤이 8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회 뽕을 맞기도 전인데, 벌써 가슴이 두근거리고 콜로세움을 지나 성베드로 성당을 지나 42.195km를 뛴다는 생각만 해도 흥분이 가라앉질 않는다.



출국 7일 전, 우연하게 도쿄마라톤에 한복을 입고 출전한 크루원의 사진을 보았다.

마음에서 접었던 한복을 입고 달리고 싶다는 열망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괜찮은(?) 한복들은 맞춤이기 때문에 제작을 거쳐 내 손에 오기까지 2주의 시간이 소요된다.

포기할까 싶었지만, 마음에 들었던 초록색 한복을 발견한 순간….


대표님에게 직접 인스타그램 디엠을 보냈고, 최대한 빨리 3일 만에 받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한복을 받고 깨달았다.

‘아… 이걸 입고 절대 풀코스를 뛸 수 없겠구나…’

일단, 긴팔 저고리부터 문제.

반팔 저고리를 생각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 한복은 긴팔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반팔로 만들고 싶지 않았던 욕심이 컸다.

소재… 이걸 입고 달리면 통풍은커녕 땀 흡수도 제대로 못할 것이고, 일단 저고리 동정 깃에 목이 다 쓸려서 피부가 남아나질 않을 것 같았다.

그리고 치마가… 너무 가슴을 답답하게 해서 에너지젤도 먹을 수가 없고, 물도 급수를 못할 것 같았다.



그러면 계획을 변경하자.

‘아이들과 함께 뛰는 5km 런에서 한복 코스프레를 해야겠다.’

결심으로 바뀌었고, 오늘 운 좋게 크루원들과 함께 뛰는 교대 정규 세션에서 한복 리허설을 하게 되었다.




에너지젤이나 핸드폰을 넣는 것도 해결이 안 되니 <한복을 입고 풀코스를 뛴다는 것을>깔끔하게 포기하고

5킬로 펀런에서 아이들 영상과 사진도 찍어주면서 두 팔이 자유로운지를 체크하였는데.


한복 리허설하길 너무 잘했던 것이지.

5킬로 펀런은 한복을 입고 온전하게 축제를 즐기면서 뛰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졌다.

더 나아가 10킬로까지도 무리 없이 달리기 가능. (10킬로까지는 에너지젤이나 급수 없이 완주가 가능한 체력이 되었으니까)





왜 한복을 입어?


맞다. 결혼식 때도 한복 맞추는 것이 아까워서 선배 오빠 부부 한복을 빌려 입었고,

동생 결혼식에도 한복 대신 빨간 원피스를 입었던 나인데,

아이 둘 돌잔치에도 한복을 입어본 적이 없는데


왜냐면, 튀고 싶었다.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그 마음을 이렇게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부끄러워하지 않고..

로마에 가서 포토그래퍼들의 특이한 모델이고 싶다.

(사실 날 닮아 관종력이 뛰어난 아들도 한복을 입기로 약속한 상태, 지온이까지 입으면 좋은데… 지온이는 절대 싫다고…)


(왜 한복을 입고 싶어하는지) 그 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애국심이 넘치는 것은 아니지만, 사진에 많이 찍히고 싶은 마음 깊숙한 내면에는

또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를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말 곱고 예쁜 한복을 입고 싶었다. 맞다. 당의에 족두리 또는 가채까지 쓰고 싶었느냐

거기까지는 내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 깔끔하게 포기.


외국에 나가면 애국자가 된다고 하더니, 태극기에 한복에 의미 있는 로마마라톤 3월 15일 펀린이 될 것 같다.


아침에 퉁퉁부은 얼굴로 한복 입고 신나서 달리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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